“챗GPT야, 뭐 먹지?” “프리타타 레시피 알려드릴게요”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보경 harufor@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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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보고서, 10초 만에 뚝딱
남은 재료 모두 쓸 수 있는 요리 추천도
창작은 ‘한계’ 민감한 주제는 ‘시치미’
“AI 윤리적 사용 위한 지침 필요”

챗GPT(ChatGPT)가 인류에 던진 충격파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 AI(인공지능)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활용해 정보 제공부터 문학 창작, 프로그램 코딩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전문 분야에 한정될 것으로 여겼던 인공지능의 쓰임새는 어느새 일상까지 번지고 있다. 데이터 수집, 보고서 작성 같은 교육·업무 분야는 물론 요리 추천, 연애 상담까지 충실한 ‘개인 비서’로 여겨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테슬라 전망 어때?” 보고서도 술술

챗GPT는 간단한 회원가입만 거치면 누구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다. 한글로 질문하고 답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챗GPT의 '모국어'인 영어가 더 속도가 빠르고 정확성도 높다. 기자도 이를 고려해 실시간 번역 사이트를 활용해 챗GPT와 영어로 문답을 진행했다.

기자는 챗GPT에게 ‘삼팔선에 대해 말해줘’라는 질문을 던졌다. 챗GPT는 ‘적도에서 북쪽으로 38도 떨어진 위선으로 한반도 분단을 정하는 데 사용된 중요한 지리적 기준선’이라고 답했다. 이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반도는 38선을 따라 분단됐고, 북쪽과 남쪽은 각각 소련군과 미군이 점령했다. 1948년 남북에 각각 정부가 들어서며 사실상 양국의 국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일차원적 답변에 머무르지 않고 지리적·역사적 맥락까지 설명한 것이다.

이번에는 데이터를 분석한 뒤 완성된 형태의 보고서를 써보도록 시켰다. ‘전기차 산업과 테슬라의 전망에 대해 분석한 글을 쓰되, 반드시 통계를 근거 자료로 사용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챗GPT의 답변은 거침없었다. 챗GPT는 전기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충전 인프라 부족 등에 대해 완결된 글을 써냈다. 글의 구조가 일목요연한 건 물론,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있는 전기 자동차 대수 등 통계를 근거로 내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1000자(원고지 5매) 분량의 글을 써내는 데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ENFP와는 여행 얘기 나눠라”

일상에서는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오늘 저녁 뭐 해먹지’였다. 단순히 메뉴를 묻기 보다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궁금했다. 일상에서는 ‘김치찌개를 먹어야지’보다는 ‘냉장고에 재료가 이것저것 남았는데 뭘 해먹지’라는 고민이 앞서지 않는가.

기자는 챗GPT에 ‘지금 냉장고에 김치, 소시지, 치즈, 계란, 토마토, 양배추가 있다. 이 재료를 모두 써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치와 토마토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일부러 가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챗GPT가 추천한 요리는 다름 아닌 ‘김치 프리타타’였다. 프리타타는 이탈리안식 오믈렛을 말한다. 당연히 원래 김치가 필요한 요리가 아니다. 하지만 챗GPT는 남은 재료를 모두 쓰기 위해 김치와 이탈리안식 오믈렛을 섞은 새로운 메뉴를 추천한 것이다. 챗GPT는 ‘오븐을 175도로 예열하세요. 달걀을 풀고 잘게 썬 토마토와 채 썬 양배추, 2~3분간 익힌 김치를 넣어 잘 섞어주세요. 이걸 프라이팬에 붓고 채 썬 치즈와 익힌 소시지를 위에 펴 바른 뒤 오븐에서 15~20분 동안 구우세요.’라며 요리 방법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마치 '집밥 백선생'의 요리 강연을 듣는 것처럼 쉽고도 친절했다.

대인 관계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성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화 주제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나치게 포괄적일 수 있으니, 상대 이성의 MBTI가 ‘ENFP’라는 정보를 포함했다. MBTI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로, ‘ENFP’는 특정 성격을 뜻한다. 그러자 챗GPT는 ‘해당 성격은 재기발랄하며, 새로운 관심사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 좋아하는 레저 활동 등 5가지 대화 주제를 제안했다. 요리부터 남들에게 물어보기 쑥스러운 연애 상담까지 기대 이상으로 유용한 답변을 내놨다.


기자가 직접 챗GPT와 문답을 주고 받는 모습. 챗GPT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무슨 요리를 할까’ ‘이성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떤 대화 주제를 꺼내야 할까’ 등 일상적인 질문에도 챗GPT는 유용한 답변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김보경 PD harufor@ 기자가 직접 챗GPT와 문답을 주고 받는 모습. 챗GPT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무슨 요리를 할까’ ‘이성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떤 대화 주제를 꺼내야 할까’ 등 일상적인 질문에도 챗GPT는 유용한 답변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김보경 PD harufor@

■창작은 ‘한계’ 민감하면 ‘회피’

챗GPT와 같은 AI 기술이 한층 경이로운 것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겨왔던 창작 활동까지 넘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챗GPT를 사용해 본 결과 노래 가사, 시, 소설 쓰기 등 순수 창작 활동에는 아직은 상당한 한계를 보였다.

부산이 연고지인 야구 팀 ‘롯데 자이언츠’를 주제로 노래 가사를 써달라는 질문을 받자, 챗GPT는 절과 후렴구, 브리지(후렴구 사이를 연결하는 부분) 등 노래 구조에 맞춰 가사를 써내려 갔다. ‘조명 아래(under the lights) 그들은 눈부시게 빛난다(they shine so bright)’ ‘그들은 절대 지치지 않고(they never tire)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never retire) 등 운율도 제법 맞추는 듯 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가사 반복이 많은데다 어느 스포츠팀 응원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특색이 없었다. 롯데 구단의 상징인 '부산갈매기'나 사직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가사에 활용하는 창의성이나 디테일까지 발휘하지는 못했다.

정치적 논쟁이나 투자 조언 등 민감한 주제는 아예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인가’라고 묻자 ‘타케시마로도 알려진 독도의 주권은 한국과 일본 사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냈다. ‘독도가 한국 땅인 근거를 말해 달라’고 미끼를 던졌지만 ‘나는 중립 AI 언어 모델이기 때문에 정치적, 영토적 분쟁에 편들지 않는다’며 넘어오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올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해도 괜찮을까’라고 질문했지만 ‘저는 투자에 대한 어떠한 것도 권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투자 전에 자신의 목표와 한도를 정해라’ ‘금융시장을 계속 살피고 필요하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등 당장의 투자 종목 선정에 별반 도움은 되지 않는 투자 원칙만을 강조했다.


■AI가 던진 논란은 현재진행형

챗GPT는 파급력만큼이나 논란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교육현장의 대필 문제가 있다. 지난달 서울대 재학생이 계절학기 수업에 챗GPT가 써준 과제를 제출한 뒤 최고 학점인 ‘A+’를 받았다. 반대로,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챗GPT로 영문 에세이를 제출했다 전원 0점 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챗GPT의 고향인 미국에서는 이런 악용 사례가 늘어나자, 일부 학교에서 챗GPT를 걸러내는 프로그램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 무단 도용 논란도 있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저작권법과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어겼을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오픈AI는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코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을 어긴 혐의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챗GPT는 이러한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묻자 “나 스스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또한 “나쁜 의도를 가진 이용자들에게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개발자 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철학자 등 모두가 참여해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김보경 PD sangbae@busan.com

일러스트=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보경 harufor@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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