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중요한 이유?…“누구보다 간단하게 세상을 설명하기 때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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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최재천
세계적인 다윈의 사도 12명 인터뷰
팬들과 편지 주고받으며 이론 전파
다윈, 가족 조력으로 연구 ‘가족기업’
최재천 “다윈 진화론 지금도 진화 중”


런던 자연사박물관 다윈상 앞의 최재천. 사이언스북스 제공 런던 자연사박물관 다윈상 앞의 최재천. 사이언스북스 제공

찰스 다윈(1809~1882)은 위대한 발견자 과학자 사상가다. 이런 말도 모자란다고 한다. 다윈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은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은 이제껏 사람이 생각해 낸 모든 아이디어 중 최고”라고 말한다.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도 “다윈은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며 “그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 첫 번째 사람”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왓슨은 우회해서 “뉴턴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사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련다”고 표현한다. 왜 다윈이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그는 “누구보다 간단하게 세상을 설명하기 때문”이라 답한다.

<다윈의 사도들>은 진화 생물학의 전도사인 최재천이 세계적인 다윈의 사도 12명을 인터뷰한 내용의 책이다. 2009년 다윈 탄생 200돌에 기획한 것인데 14년 동안 그 내용을 다듬고 보탠 거라고 한다. 저자의 감탄도 마찬가지다. 다윈 자연 선택 이론은 허무할 만치 단순한데 그 단순한 이론이 엄청난 생물 다양성의 탄생을 그토록 가지런히 설명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한다. 단순함, 응용성, 직관적 아름다움의 이론이 다윈 진화론이다.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 사이언스북스 제공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 사이언스북스 제공

다윈의 개인적 면모도 흥미롭다. 오늘날 BTS(방탄소년단)처럼 아미, 팬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다윈 콘텐츠를 재생하고 전파했다. 다윈은 쇼셜미디어를 관리하듯 평생 2000명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총 1만 4500통의 편지, 그러니까 하루 1통 이상씩 쓴 네트워크의 귀재였다고 한다. 다윈은 거의 ‘가족 기업’을 운영한 수준이라 한다. 부인은 다윈이 평생 집에서 연구 집필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 최고 조력자였다. 7명의 자식 중 셋째 딸은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아버지 책 편집을 도왔고, 넷째는 학업에 지장 받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계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줬고, 여섯째는 의사직을 포기하고 아버지 실험 조교 겸 비서로 일했다.

다윈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 사이언스북스 제공 다윈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 사이언스북스 제공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헬레나 크로닌은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어떤 지점에서는 이론을 수정해야 하지만 다윈은 근본 이론을 정초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만유인력 법칙은 우주 공간에서 수정될 수 있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범우주적인 이론이라는 것이다. 크로닌은 “물리학은 수정될 것이지만 생물학은 영원히 다윈주의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다윈 이론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인 생명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했는데 그 단순함은 분자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등 그 어떤 이론까지도 풍부하게 수용할 수 있는 심원한 거라고 한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거는 “다윈 이론은 설계와 목적이 설계자도 목적도 없는 과정으로부터 발생했다는 것을 설명한다”며 “그에 의해 무생물의 세계와 생물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다”고 말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은 “다윈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 에 답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주장했듯이 그는 종교 대신 과학을 말한다. 삶의 궁극적 의미는 뭘까, 왜 우리는 이곳에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라는 질문에 과학이 더 나은 답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아니 다윈이 이미 거기에 대한 답을 제공했다고 한다. 다윈의 사도로서 그는 역설을 말한다. “우주에는 아무 목적이 없고, 삶도 궁극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삶의 무상함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삶은 여전히 살 만하다.”(174쪽)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 사이언스북스 제공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 사이언스북스 제공

대니얼 데닛은 인문학적 문제를 다윈주의를 바탕으로 재구축하는 생물철학자다. <다윈의 위험한 생각>의 저자인 그는 “<종의 기원> 출간 이후 150년 동안 다윈주의에 대한 찬반 충돌이 있었다”며 “그것은 150년이 지났는데도 다윈주의의 함의를 세상이 알아채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윈주의자들 중에서도 종교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리처드 도킨슨은 종교에 대해 센 입장이고, ‘통섭론’의 에드워드 윌슨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종교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데닛은 인간의 마음이 왜 종교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그 매혹적인 현상을 연구하려고 한다고 한다. 데닛은 “다윈은 물리학 화학을 마음 목적 생명 시 윤리학과 합쳐준다”며 “인간의 모든 문화, 인간의 모든 예술, 인간의 모든 소망, 생명의 나무에 있는 모든 열매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윈은 탄소 원자와 포도당 분자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람”이라고 갈파한다.

최재천은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라고 말한다. 최재천·다윈포럼 기획/사이언스북스/476쪽/2만 2000원.

<다윈의 사도들>. 사이언스북스 제공 <다윈의 사도들>. 사이언스북스 제공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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