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BNK와 ESG 그리고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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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5대 시중 은행들의 돈 잔치 보도에 시민의 상실감이 크다. 수익 배경에는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만히 앉아서 수십조 원을 번 데다 예대금리 차이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 까닭이다. 게다가 그 돈이 은행 임직원 성과급, 퇴직금 따위로 소진됐다는 사실이 괘심하다. 은행의 이런 모습은 한두 번이 아니다.

때마침 부산에서는 BNK 금융지주 회장이며 은행장 선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참에 한마디 건네고자 한다. 예컨대 은행장이 ‘누가’ 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BNK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자리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산 동구 범일동 옛 부산은행 본점 앞 중앙대로에 서면 은행이 내건 대형 옥외광고판이 보인다. 거기엔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뜻하는 약자 ESG가 대문짝 만하게 새겨져 있고 각 단어의 앞 글자 뒤에 ‘E 이로운’, ‘S 세상을’, ‘G 그리다’ 는 작은 글자가 해석처럼 붙어 있다.

BNK는 이 내용을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 그 집행은 어떤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로운 세상을 그리다’는 얼핏 그럴듯하다는 느낌은 주지만 정작 BNK의 ESG는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천명하고 실천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쉽게 말하면 튀지도 않고 뒤처진 상황도 아니지만 BNK의 ESG는 기후위기의 메시지로부터 실천하는 기업으로 자기변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적당히 A(한국ESG기준원-S, A+, A, B+, B, C, D 2022 통합등급평가) 정도면 자족한다는 수준이다. 과연 그러한가. BNK는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작동되는가를 예의주시하고 전략의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 적극적 대응이 답이다. 그저 그런 ESG는 기후위기 체제와 생물종다양성 보전이라는 지구 미션에 마지못해 떠밀리듯 채택하는 시늉에 불과하다. 선언적 ESG는 그야말로 그린워싱이다. BNK 금융지주 역시 원치 않는 그림일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제에 BNK가 이름을 걸고 동참하라는 주문이다. 진정으로 앞서가는 기업들은 그 대열에 동참하면서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은 2021년 시행한 지속가능가능금융공시규제 6·8·9조라든지, 넷 제로(Net Zero), RE 100(Renewable Energy) 등 기후변화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과제로 채택하고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 가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등 금융권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TNFD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2015년 발족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보다 생물다양성에 무게중심을 둔 협의체이다.

자연의 손실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활동에 위험과 기회를 모두 제기한다. 현재 세계 경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기업 이익 도모 현장은 여전히 파괴적이다.

얼마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CBD COP15)에서 2030년까지의 새로운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되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금융그룹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기 위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채택을 지지하고 협약 이행을 약속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성명 발표에는 우리금융그룹을 비롯해 UBS, AXA 그룹 등 글로벌 150개 금융회사가 참여했다. 이런 세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익추구 기업이지 환경단체가 아니다.

BNK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통찰력과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면서 지역사회의 한 그루 큰 나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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