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98%가 서울 집중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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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융중심지 15년 다 되도록
33년 전 진출한 일본계 은행뿐
최근에야 일부 부산 법인 추진
정부 탈홍콩 금융사 유치 기류에
지역 차원 선제 대응 필요성 대두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문현동 일대와 서울 여의도 등 두 곳은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중심지’로 선정됐다. 내년이면 15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167곳 중 164곳이 서울에 몰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지난해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세계 29위를 기록한 부산은 1곳뿐이었다. 탈중국 여파로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늘면서 ‘윤석열 정부’가 공격적 유치 전략을 짜고 있는 만큼 부산도 경쟁에 조속히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 진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법인+지점+사무소)는 총 167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금융투자사가 66개로 가장 많았으며 △은행 53개 △보험사 26개 △여신전문사 14개 △저축은행 8개 등이었다.

문제는 ‘서울 쏠림’이다. 전체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중 서울에만 164개(98.2%)가 모여 있었으며, 나머지는 부산, 인천, 경기 일산 등에 각 1개가 있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금융사는 33년 전 진출한 일본 야마구치은행이 유일하다. 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본사를 신설한 외국계 금융사는 전무하다.

다행인 점은 2021년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입주해 본격적인 투자 검토에 나섰던 일부 기업들이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진전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홍콩BMI는 최근 법인 설립을 위해 인가 작업에 돌입했으며, 벤처캐피탈을 주 업무로 하는 요즈마그룹 코리아도 국내 투자 기업 선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한국예탁결제원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유안타인베스트먼트도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낸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에도 외국계 금융사들이 부산 진입을 위해 여러 경로로 제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금융 공공기관이 집적한 데 따른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성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사가 서울에만 몰린 까닭에 부산에서는 민간금융시장이 함께 발전하는 낙수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외국 자본의 지역 중소기업 투자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박 의원은 “부산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국회, 금융당국이 힘을 모아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성공적인 금융중심지 조성을 위해 글로벌 금융회사 아시아지역본부의 국내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부산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며 홍콩의 금융 중심지 지위가 약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 기업들의 헤드쿼터를 부산으로 옮겨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업무보고에서 글로벌 금융사 국내 유치 계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사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 금융·노동·외환 규제 완화,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과감한 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외 금융사의 한국 진입을 지원함으로써 금융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산업의 선진화, 국제화, 경쟁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며 올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김창현 시 금융육성팀장은 “향후 지역산업은 물론 핀테크, 블록체인 등 테크 금융과 친환경 녹색금융에도 외국자본이 선순환 유입되는 미래형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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