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블랙리스트’ 오거돈 전 부산시장 1심 집행유예(종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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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산하 6개 공공기관 임원들 사직서 강요 혐의
테크노파크·경제진흥원 2곳만 무죄…나머진 혐의 인정
“구시대적 발상 사라져야…사적 이익은 없어”

강제추행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21년 6월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에서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일보 DB 강제추행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21년 6월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에서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일보 DB

2018년 부산시장이 바뀐 이후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했다는 일명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부산시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태수 전 정책특별보좌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신진구 전 대외협력보좌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부산시 산하 6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경영본부장, 상임감사, 기획조정실장 등 9명으로부터 강제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자유한국당 측은 고발장을 통해 25개 기관 임원 40여 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소장에는 이 숫자가 대폭 축소됐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압박해 사직서를 제출하게 만들었고, 오 전 시장은 부산시장으로서 물갈이 방침을 세워 내부 시스템을 통해 승인, 지시, 보고 체계를 이용한 공모 행위가 인정된다”며 “사직하게 된 임직원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줬고, 시민들에게는 임원 채용 과정에 깊은 불신을 초래했다”고 밝히며 오 전 시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오 전 시장 측은 범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사직서 제출 과정에 오 전 시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등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발언과 문건, 증언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방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직서를 일괄 징수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전임 시장들이 그런 일들을 해왔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오 전 시장은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최고 책임자였음에도 이를 어겼다. 박 전 보좌관과 신 전 보좌관 역시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이 같은 조치를 시정하지 않고 만연히 범행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는 사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이를 통해 사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기록상 근거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오 전 시장의 경우 판결이 이미 확정된 강제추행치상 사건과의 형평이 고려돼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힌 부산시설공단, 벡스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경제진흥원 등 6곳 중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경제진흥원의 경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2월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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