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CC 허브 부산’ 뒤집고 대한항공 손든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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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위치는 항공사 자율 결정” 발 빼
줄곧 지역 외면… 당초 약속 책임져야

국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LCC 허브’ 서면 답변을 통해 2020년 지방공항 LCC 허브 구축 입장을 바꿔 지역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의 항공기. 연합뉴스 국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LCC 허브’ 서면 답변을 통해 2020년 지방공항 LCC 허브 구축 입장을 바꿔 지역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의 항공기. 연합뉴스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허브는 사실상 부산밖에 없다”고 하던 국토교통부가 “본사 위치는 항공사의 자율 결정”이라며 말을 번복했다. 부산 여론의 반발을 알면서도 “LCC 허브는 인천”이라는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부산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국토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LCC 허브’ 서면 답변을 통해 2020년 지방공항 LCC 허브 구축 입장을 이렇게 바꿨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약속 실행에 줄곧 미온적이던 국토부가 대한항공과는 은밀히 한통속이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항공 마피아’라는 불명예스러운 용어가 계속 나돌아도 이상하지 않다.

국토부는 그동안 ‘LCC 허브는 부산’임을 직간접적으로 밝혀 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 정책을 발표할 때에도 국토부는 “통합 LCC는 지방공항 베이스로 영업하게 될 것이며, 그 공항은 사실상 부산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토균형발전은 물론이고 당시 에어부산의 규모, 그리고 향후 가덕신공항의 관문공항 위상을 고려할 때 이는 누가 보더라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부산의 여론도 이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항공사의 자율 결정이라며 뒤로 빠지려 하니, 일국의 균형발전 정책을 책임진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국토부가 정말 지방을 너무 얕잡아 본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의 이런 방관자적인 행태는 대한항공의 수도권 고수 전략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과도 연결된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8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했다. 그때 명분이 ‘지방공항 기반의 허브 공항 구축’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조원태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수시로 “통합 LCC의 인천 중심 운영”을 밝혔다. 그런데도 국토부나 산은이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온갖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던 항공사다. 그럼에도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혈세를 지원했는데, 결과가 이렇다면 국토부와 산은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통합 LCC의 부산 본사에 대한 국토부의 말 뒤집기는 수도권 항공마피아의 세력이 얼마나 강고한지 또 보여 준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정책마저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면 국가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부산은 지금 엑스포 유치와 함께 가덕신공항의 관문공항 위상 확립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를 뻔히 아는 국토부의 행태는 처음부터 지방공항의 싹을 자르려는 짓과 다름없다. 당장 지역에선 성장세인 에어부산의 독자 생존을 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소한 가덕신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지역 항공사의 싹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국토부는 지역의 이런 절박감의 무게를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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