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통합 카드’로만 쓰고 ‘지방공항 LCC 허브’ 폐기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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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 활성화’ 말 바꾼 정부

산은, 아시아나 인수 백기사 역할
당시 인수 가격 공정성 논란 빚자
정부 “지방 노선 확장 효과” 강조
결국 소비자 편익 공염불 신세
한진칼 경영권 방어 수단 전락
재벌그룹 ‘특혜 논란’ 재점화

정부의 ‘지방공항 LCC(저비용항공사) 허브’ 정책이 사실상 재벌그룹의 ‘경영권 방어’ 명분으로 활용된 뒤 버려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계류장. 부산일보DB 정부의 ‘지방공항 LCC(저비용항공사) 허브’ 정책이 사실상 재벌그룹의 ‘경영권 방어’ 명분으로 활용된 뒤 버려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계류장. 부산일보DB

정부가 ‘지방공항 LCC(저비용항공사) 허브’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제기됐던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두 항공사 통합 당시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며 ‘백기사’를 자처한 산업은행이 내세웠던 “지방공항 노선 확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결국 재벌그룹의 ‘경영권 방어’ 명분으로 활용된 뒤 버려졌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진에어 등 3개 LCC를 하나로 묶는 통합 LCC의 허브공항을 지방으로 옮겨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은 산업은행의 한진그룹 ‘8000억 원 지원’ 과정에서 등장했다. 당시 한진그룹에서는 조원태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산은의 막대한 자금 지원 발표는 조 회장이 ‘3자 연합’과의 지분 격차 축소로 경영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왔다. 산은은 백기사를 자처,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대한항공은 산은의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선 각종 논란이 있었다. 산은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겠다고 자금을 지원했지만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돈은 한진칼에 주는 것은 결국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 주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관련 보고서에서 '산은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투자'한 데 대해 '산은의 투자 방식이 기간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대한항공에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모회사냐, 한진칼이냐”(2020년 11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 누구를 도와주려고 이렇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할 수밖에 없던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은 위원장의 표현대로 ‘서둘러’ 이뤄지면서 인수가격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의 감자, 추가 부실 실사 등을 거쳐 투자 구조를 확정해야 함에도 감자나 실사가 완료되기 전, 매매가격을 정하고 계약을 체결해 인수가격이 ‘공정한 가격’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의 논리를 적용하면 인수가격이 정상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공정가격 이하일 경우 정부는 대한항공에 ‘특혜’를 준 셈이 된다. 만약 인수가격이 공정가격보다 높을 경우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셈이어서 ‘배임 논란’이 일게 된다.

정부는 이처럼 논란이 많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 소비자의 편익 향상”을 내세웠다. 통합 항공사 등장으로 운항 일정이나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 등의 소비자 편익이 높아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특히 LCC 3사 통합으로 “지방공항의 출발, 도착 노선 확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소비자들이 운항 일정이나 노선 확대 효과를 누린다는 분석은 아직 없다. 마일리지의 경우 대한항공의 ‘개악’으로 소비자 불만만 높아졌다. 여기에 정부가 지방공항 LCC 허브 정책까지 사실상 포기하면서 소비자 편익 향상은 결국 대외적인 ‘명분’으로 활용된 뒤 버려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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