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1면이 아쉬워서”… 원도심서 외면받는 전주형 충전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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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영도구 올해도 신청 안 해
일반 차량 못 대 주차난 가중 우려
설치 조건 부합하는 공간도 부족
충전 사각지대 해소 취지 ‘무색’
부산 급속 충전 인프라 가장 열악
1기당 담당 적정 대수 3배 초과

원도심의 전기차 충전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기 시범사업’이 원도심에서 외면받고 있다. 전신주에 설치된 전주거치형 충전기 모습. 부산시 제공 원도심의 전기차 충전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기 시범사업’이 원도심에서 외면받고 있다. 전신주에 설치된 전주거치형 충전기 모습. 부산시 제공

원도심의 전기차 충전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시작한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기 시범사업’이 정작 원도심에서 외면받고 있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충전소 신청 건수가 많아 장기적으로 원도심과 다른 지역의 전기차 인프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서·중·영도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기 시범사업에 신청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4월 시는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해당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시범사업 첫해인 지난해 6개 구(동구·부산진구·해운대·금정구·수영구·사상구)의 주거지 주차장 22곳에 충전소가 설치됐고, 올해 역시 3개 구(남구·북구·사하구) 12곳에 추가로 설치된다.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기를 전봇대에 거는 방식으로 설치에 필요한 공간이 적다. 이 때문에 고지대나 비탈길 등 충전소 설치 부지 확보가 어려운 원도심의 전기차 인프라 확충의 대안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작 부산의 대표 원도심인 서·중·영도구에서 시범사업에 호응이 없는 것은 만성적인 주차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충전기 설비는 비교적 소형이지만, 충전소가 설치되면 해당 주차면은 오로지 전기차 충전용으로 사용돼야 한다.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뜩이나 주차 공간이 부족한 원도심에서는 1개의 주차면도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 지자체가 기존 주차면을 전기차 전용으로 바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소 설치 조건에 부합하는 마땅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전력이 소유한 전주에만 설치할 수 있는데, 주차장 인근에 전주가 없으면 설치를 할 수 없다. 결국 주차난 가중 우려와 까다로운 설치 조건 때문에 충전소 시범사업은 원도심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금도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에 전기차 충전소까지 넣으면 주민의 다수인 일반 차량 소유주의 반발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간 전기차 인프라 격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도심에서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소 시범사업이 낮은 호응을 보이는 것도 근본적으로 지역 내 전기차 소유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공급 탓에 전기차 인프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빈약한 인프라 때문에 다시 공급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산의 1만 1658개 전기차 충전소 중 서·중·영도에는 4%인 477개만 설치돼 있다.

반면 ‘전주거치형 전기차 충전기 시범사업’ 신청이 많은 해운대구, 동래구 등 지역에서 이미 다른 전기차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돼 있다. 해운대 2090개(18%), 동래구 809개(7%) 등에서 보듯 원도심의 전기차 충전소 수를 압도한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원도심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보해 전기차 보급을 유도하고자 했으나 지금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힌 상황이다”며 “다시 원도심 중심으로 수요 조사를 해서 전기차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의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인프라’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전기차 보급 대수와 충전기(급속·완속) 보급 현황(2022년 12월 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총 2만 737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 1기당 담당 대수는 전국 평균 18.6대로 적정 대수인 10대(경기연구원 분석, 2021년)를 크게 초과했다. 특히 부산의 급속 충전기 1기당 담당 대수는 34.05대로 가장 많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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