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이어 온 반세기 “오랫동안 사랑받는 무용단 될 것”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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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50주년 부산시립무용단
한국 춤 역사에서도 중요 역할
시립무용단 역할 재조명 필요
예산 ‘제작 단체’ 성격 감안해야

25일 부산시민회관 기념 공연
50년 역사 돌아보는 다큐 상영

부산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영상 초기 화면 캡처. 부산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영상 초기 화면 캡처.

1973년 2월 25일 한국 최초의 시립무용단으로 창단한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정윤)이 오는 25일 창단 50주년을 맞는다. 춤으로 반세기를 이어 온 셈이다.

이정윤 예술감독은 “50년간 부산 무용예술의 중추로 존재하며 공공 공연예술 단체로서 책임과 공연예술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역대 안무자, 예술감독, 단원들의 노고와 창의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고 유산”이라고 강조하고 “반세기라는 절대 작지 않은 나이를 먹은 시립무용단이, 시대의 나이에 걸맞게 넓고 깊게 아우르다 보면 우리 시대의 정체성과 부산이라는 지역성 그리고 존재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시립무용단과 동시대적 가치

초대 안무자 황무봉(1973~1975년)으로 시작해 2대 김현자(1979~1982), 3대 최은희(1983~1984), 4대 손세란(1984~1988), 5대 홍민애(1988~1992), 6대 김진홍(1993~1995), 7대 이노연(1995~2003), 8대 홍기태(2004~2012), 9대 홍경희(2013~2015), 10대 김용철(2016~2018)을 거쳐 현재의 이정윤(2020~현재)에 이르는 동안 부산시립무용단은 한국 춤의 로컬리티와 동시대성을 살리면서 전통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부산시립무용단 제2대 안무자였던 김현자가 안무한 '보리피리'(1982년 공연).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2대 안무자였던 김현자가 안무한 '보리피리'(1982년 공연).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시립무용단 단원(1986~1997)을 역임한 최찬열 춤 평론가는 무용단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부산 춤은 한때 한국 춤을 선도했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시립무용단이 있었다”면서 “김현자 선생의 ‘보리피리’라든지 남정호 선생의 ‘목신의 오후’ 등 여러 작품이 로컬리티와 동시대성을 장착한 작품으로써 한국 춤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시립무용단이 부산 춤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춤 역사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거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부산시립무용단 이정윤 예술감독.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이정윤 예술감독.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광역시 최하위 예산·제작 단체 성격 감안해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춤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산의 대학 무용학과는 폐과로 치닫고, 청년 예술가는 역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며,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은 점점 위축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시립무용단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헌 춤 평론가의 지적처럼, 부산시립무용단은 50년간 다져 온 부산 춤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부산 무용의 재생을 주도해야 할 형국이다.

3대 안무자를 역임한 최은희 전 경성대 교수는 “전국 최초의 시립무용단 위상을 가진 우리 무용단이 이번 50주년을 계기로 더욱 훌륭한 무용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 뒤 “부산시 차원에서도 좀 더 관심을 두고 규모 있는 무용단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 이 예술감독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터무니없이 낮다. 광역시 기준으로 부산은 최하위에 랭크돼 있다. 예산 상으로도 연주 단체와 제작 단체(무용·극단) 구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최초의 시립무용단이다 보니 고령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일터이기 때문에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다만 향후 2~3년 안에 예닐곱 명이 정년을 맞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젊은 단원으로 교체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립무용단이 2021년 신작 레퍼토리 공연으로 선보인 '본색' 중 대표작인 '고혹' 한 장면.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이 2021년 신작 레퍼토리 공연으로 선보인 '본색' 중 대표작인 '고혹' 한 장면.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창단일엔 50주년 자축 행사와 기념공연

시립무용단 창단일인 오는 25일 오후 3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는 특별한 자축 행사 ‘The 50_Time to Dance’가 진행된다. 이 예술감독은 “25일 기념행사와 축하공연은 ‘올해가 50주년입니다’라는 선포식 같은 것”이라면서 “춤으로 반세기를 이어 온 무용단의 역사를 돌아보고 다음 50년을 조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축하공연보다는 무용단 50년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과 시립무용단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아카이빙 e북 공개가 될 것이다.

축하공연은 강선영류 ‘태평무’와 무용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2021년 선보인 ‘본색’ 중 대표작인 ‘고혹’으로 시작해 창작 한국무용극 ‘남풍’ 파트 1·2를 선보이고, 마지막으로 동래지역을 대표하는 학춤과 한량무를 재구성한 ‘학이여 그리움이여’와 ‘이매방 오고무’를 선보인다. 전석 2만 원.


부산시립무용단 이정윤 예술감독이 안무한 창작 한국무용극 '남풍' 중 한 장면.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이정윤 예술감독이 안무한 창작 한국무용극 '남풍' 중 한 장면.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2023년 라인업은 50주년 시즌 공연 펼쳐

2023년 무용단의 시간은 창단 50주년 의미와 철학을 담은 시즌 공연으로 구성했다. 두 차례 열리는 정기공연 중 상반기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업으로 제작되는 특별한 무대 ‘아라비안나이트_No.1001야화’(제87회 정기공연, 5월 12~1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신작을 준비하고, 하반기엔 무용단 대표작 만들기 프로젝트1 ‘더 레거시(The Legacy·제88회 정기공연, 10월 27~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를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 무용과 시립무용단의 교류를 염두에 둔 기획 공연 ‘이정윤의 댄스살롱’(The 50/그동안·7월 21~22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역시 50주년을 테마로 잡았다. 부산 무용계 원로와 부산시립무용단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을 안무자로 섭외할 계획이다. 이 밖에 퇴단을 앞둔 고참 단원을 위한 ‘그때 그 춤-홀로홀춤1973’,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디딤&Step’도 예정돼 있다.

이 예술감독은 “공연 시장은 관객이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무용단은 어떤 고객(관객)이 오는지 모르는 등 고객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공연 콘텐츠 아카이빙은 물론이고 관객과의 유대와 소통을 강화해 60년, 70년 또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무용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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