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노선 보전 선정기준 모호…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겉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섬 주민 기본권·교통 편의 위해 도입
올해 16개 항로 중 11개만 정부 지원
업계 “탈락 요건·관광뱃길 개념 모호”
손실 늘어도 감회·휴항 제대로 못해
신규 항로 공모는 출혈경쟁 유발 지적

통영시 사량도 진촌마을 앞 물양장에 도착한 여객선에서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사량도 뱃길은 다수의 선사들이 항로를 개설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일보DB 통영시 사량도 진촌마을 앞 물양장에 도착한 여객선에서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사량도 뱃길은 다수의 선사들이 항로를 개설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원은 안 된다, 감회도 못한다면서 뱃길 끊기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정부가 섬 주민 기본권 확보와 교통 편의를 위해 도입한 ‘연안여객선 항로안정화(준공영제 확대 지원) 사업’이 겉돌고 있다. 모호한 선정 기준 탓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항로는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항로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에,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일반항로 중 연속 적자로 단절의 우려가 있거나, 운항 빈도가 적어 일일생활권 형성이 안되는 항로에 예산 범위 내에서 운항결손금 일부나 전부를 보전해 주고 있다. 올해 사업에 16개 항로가 신청서를 냈고, 해수부는 학계·연구기관, 현장전문가로 구성된 항로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11개 항로를 선정했다. △일일생활권 구축에 백령-인천, 가거-목포, 여수-거문 항로 △연속적자에 여수-함구미, 목포-상태서리, 대부-이작, 목포-외달, 통영-용초, 통영-욕지, 통영-당금, 인천-덕적 항로 등이다. 일일생활권 항로는 결손금의 50%(관할 지자체와 협업 시 최대 100%), 연속적자 항로는 70%를 보전해준다.

그런데 특정 항로는 기준을 충족하고도 지원은 못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A선사의 경우,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가 났지만 정부 지원은 한 푼도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수송인원이 반토막 난 2020년과 2021년 1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았는데도, 정부의 한시적 지원(결손액의 20% 보전)조차 받지 못했다.

여객선 업계는 해수부 선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수부는 그동안 섬 주민 승선 비율이 10% 미만인 뱃길을 ‘관광항로’로 분류해 각종 지원사업에서 제외했다. 작년말 기준, 국내 연안여객선 항로 104개 중 15개 항로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여객선 업계는 “관광객 비중이 높을수록 대외환경 변화에 더 취약하다”며 “오히려 섬사람 비율이 적은 항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서민 같은 고정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정점이던 2021년 매출 감소율을 보면 관광항로는 전년동기 대비 29%로 일반항로 21%보다 높았다.

A 선사의 섬 주민 이용률은 1%다. 선사 관계자는 “관광항로라는 개념 자체가 관련 법령 어디에도 없는 주관적 기준”이라며 “10명은 주민이고 1명은 주민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올해 사업 공고에 관련 문구가 없어 알아봤더니, 담당 실무자가 ‘10% 미만 항로는 어차피 내부 심사에서 제외될 거다’고 말해 신청서조차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버터보려 관할기관에 감회나 휴항을 요청했지만 주민 불편을 핑계로 거부했다. 지원은 안하고 부담만 떠넘기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도입한 ‘신규 항로 공모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항로 개설을 신청해 여객선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새 사업자 진입 문턱을 낮춰 업계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알짜 항로를 놓고 3~4개 선사가 달려들어 출혈경쟁을 벌이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공모제 이전엔 기존 사업자가 있는 유사·중복항로에 대해선 이용현황, 수송능력 등을 고려해 면허를 발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적자 요인이 여기에 있다. 건전한 경쟁이 아닌 업계 전체를 공멸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작년 한시적 사업까진 관광항로 제외 원칙이 있었지만 올핸 없어졌다. 지금은 이용자 감소 이유 등 적자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도서민 비율이 절대적 기준이 되거나 진입장벽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공모제 개선 요구에 대해선 “현재로선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