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예탁원 ‘사장 파문’ 입 닫은 정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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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 만남·낙하산 내정설 물의
안팎 심한 반발에도 무반응 일관
결국 특정 인사 임명 수순 갈 듯
윤석열 정부 공정성 흠결 불가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부산일보DB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수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두 곳의 금융 공기업에서 잇따라 내정설이 제기(부산일보 2월 14일 자 2면 보도 등)되는 등 불공정 시비가 불거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내부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에서 이들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이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부처가 지역 여론 수렴을 포기하고 전문성 떨어지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내리꽂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5명의 사장 후보 중 최종 1인으로 압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후보 중 1명인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지난 8~9일 HUG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인사 등 업무와 관련된 논의에 나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인다. 지역 시민사회 등에서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에 관련된 내용의 진위 확인과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국토부 김영한 대변인은 현재 벌어진 논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HUG 고위 관계자가 만난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감독기관으로서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업무상 지도 감독이지 HUG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입장 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제기된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진통이 계속된다. 예탁결제원 임원추천위원회는 면접 대상자 3명을 대상으로 22일 면접을 갖고, 28일 임시 주주총회에 1명의 최종 후보를 올릴 계획이지만 이미 금융권에서는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보험연구2실 실장) 유력설이 중론으로 여겨진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임추위에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 서울 여의도와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노조는 오는 2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앞에서 집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내부의 강한 반발에도 예탁결제원 사장 임명권을 쥔 금융위원회 또한 국토부와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 내정설 배경이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처럼 중앙부처의 지역 여론 무시에 대통령실도 이들에 대한 논란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은 집권 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이전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결국 현실은 현 정부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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