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덮친 장기 불황에 조선업종 노동 상담도 '뚝’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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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원센터 상담 29% 그쳐
2017년 92%에서 해마다 감소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의 지난해 노동 상담 10건 중 7건은 비조선업종 관련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경제를 견인하던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면서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센터에서 이뤄진 노동 상담은 총 1204건으로 이중 조선 산업 관련은 29.4%에 그쳤다. 나머지 70.6%는 비조선 분야였다.

2017년 92.1%로 압도적이었던 조선 산업 관련 상담은 이듬해 54.3%로 줄었고, 2018년 40.6%로 역전된 이후 줄곧 감소세다.

조선 산업 위기의 여파로 인한 인구감소와 소득감소가 도미노처럼 비조선 분야로 이어져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과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고용 형태의 변화도 뚜렷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7년에는 물량팀(56.3%), 업체본공(18.7%), 기간제(12.7%) 노동자가 주된 내담자였다. 2018년 역시 물량팀과 기간제, 업체본공 노동자 비중이 여전히 높았지만, 정규직 상담도 14.6%로 증가했다. 2019~2021년에는 물량팀보다 기간제나 업체본공 상담이 늘었다. 작년엔 업체본공(44.2%), 기간제(28.2%), 정규직(14.2%), 물량팀(4.2%), 파견용역(3.2%), 특수고용‧일용직(2.2%), 아르바이트(1.6%) 순으로 나타났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상담주제의 흐름도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임금체불 상담을 제외하면 2017년에는 휴업수당(22.2%), 2018년에는 산업재해(14.2%), 2019년에는 실업급여(16.8%), 2020년에는 근로계약(13.4%) 상담이 주였다. 그러다 2021년에는 직장갑질 상담이 가장 많았고, 지난해는 임금(19.0%), 근로계약(13.8%), 직장갑질(13.1%), 징계(10.9%), 산재(10.3%) 순으로 바뀌었다.

센터 김중희 사무국장은 “거제는 아직도 위기 상황이다. 2021년부터 수주 호조가 계속되고 있으나 후퇴된 노동조건이 회복되지 않아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올해도 경기침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권리구제와 권익 향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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