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 경쟁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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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주택담보대출 0.55%P 낮춰
가산금리 줄이고 우대금리 늘려
소비자 체감 혜택 일제히 내놓아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모습. 연합뉴스

주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다. 정부와 여론의 ‘돈 잔치’ 비판에 은행권이 부랴부랴 사회공헌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지원규모 부풀리기’ 논란만 커진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금융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로 대응 전략을 수정하고 나선 셈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P) 낮추기로 결정했다. 세부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P,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P 인하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로 금융소비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으로서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당장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왔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한도도 각 기존 2억 5000만 원, 2억 원에서 3억 원, 2억 4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고 금융 혜택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한도는 늘렸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금리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포용금융을 실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다. 은행은 지표금리(코픽스·금융채 등)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는 뺀 값을 각 대출자에게 최종 금리로서 적용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을 고려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인데,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이 가산금리를 스스로 줄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에 거래실적 등과 관계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P,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를 0.20%P 깎았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04%로 낮아졌다.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돈 잔치’를 바라보는 정부와 여론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은행권은 향후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0조 원 지원액 대부분이 보증배수 효과에 따른 이른바 착시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공동 재원 규모는 기존에 발표한 5000억 원에 추가로 2800억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은행권의 공익 의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3년 후 금 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필요·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대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금리를 낮추고 예대금리를 줄이라는 뜻인데 결국 은행들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에 초점을 맞춰 행동에 나선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여러 지적과 비판에 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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