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시민 반대 불붙은 원전 수명연장·핵폐기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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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139개 시민사회단체 반대 동참
“낡은 미래 아니라 안전·생명 원한다”

'부산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린 2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린 2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결국 시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원전 수명연장과 기존 원전의 핵폐기장화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발족 집회를 갖고 활동을 본격화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시민들의 힘을 결집해 왔다. 범시민운동본부에는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교육, 노동, 여성, 종교, 문화, 보건의료, 소비자단체 등 시민사회 전 분야 139개 단체가 함께한다. 정치적 성향은 물론이고 남녀노소를 떠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수원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계속운전평가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주민 반대에도 12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강행,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했다. 부산 시민사회는 핵심 사안인 ‘노심손상빈도’가 최신 원전에 적용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지만 한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고리 3, 4호기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까지 예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울경을 영구적 핵폐기장으로 만들 수 있는 기존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까지 속도를 낸다. 한수원은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건식저장시설을 확정했다. 20일에는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법안 심의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장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범시민운동본부는 결국 부울경 지역은 세계 제1의 원전 밀집도뿐만 아니라 노후 원전 및 영구적 핵폐기장까지 떠안는 풍전등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반대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여야 정당들과 공동 토론회를 갖고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등 노후 원전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이 초래할 위험을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다. 부산시의회 고리2호기 폐쇄 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부산시의 반대 운동 동참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 행사를 부산에서 개최하고 전국적 시민 대행진도 진행한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발족 선언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미래가 아니라 새롭고 자연적인 생명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시민의 생명이 미래 비전이고 시민의 안전이 최고의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정권의 친원전 정책 눈치만 보며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한수원은 결국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 운동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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