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미 카터와 나이 듦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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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로 최고령 전직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으며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호스피스 케어는 인생의 마지막 6개월로 추정되는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수명 연장 및 질병 치료 대신에 통증 및 기타 증상에 대한 치료와 정서적, 정신적 지원을 제공하는 의료 행위를 뜻한다. 피부암 흑색종으로 투병한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암세포가 간과 뇌로 전이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센터 측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짧은 입원 기간을 보낸 뒤 남은 시간을 호스피스 케어를 받으며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77~1981년 백악관 재임 시절보다 30% 이하의 저조한 지지율로 재선에서 대패한 이후의 행적으로 오히려 찬사를 받았다.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애칭까지 얻을 정도였다. 한반도에서는 1994년 북핵 1차 위기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무력 사용을 고려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카터는 평양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사망 직전의 김일성 국방위원장과 만나 1차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평생 ‘가족 가치의 옹호자’로도 유명했다. 아내 로살린과 7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했으며,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둔 카터는 자신의 저서 ‘늙음의 미덕(The Virtues of Aging)’에서 “가족의 지원이야말로 노인들이 신체적, 정서적 안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면서 “가족이 노인을 포용하고, 경청하며,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생기는 경험과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고, 삶의 평화를 찾는 방법으로 용서하고, 원한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2019년 암 진단을 받은 직후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내가 죽든 살든 정말로 나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살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부탁드렸습니다”라는 CNN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연명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 치료에 들어간 카터의 어깨 너머에서 나이 듦, 가족의 중요성, 죽음에 대한 준비를 배울 수 있다. 어쩌면 ‘위대한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의 전성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하다. 가족의 중요성과 행복하게 나이 들기가 갈수록 강조되는 시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그의 해맑은 웃음이 그리울 듯하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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