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셈법 복잡해진 해운대신시가지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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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특별법 발표 후 기류 변화
재건축, 일반 분양 많아 분담금 ↓
리모델링, 미분양 적고 사업 빨라
추진 단지마다 ‘유불리’ 저울질
리모델링 1호 상록은 시공사 선정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상록 아파트의 리모델링 시공사가 오는 25일 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상록 아파트의 리모델링 시공사가 오는 25일 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상록아파트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을 앞두는 등 해운대신시가지(그린시티)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 이후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부산 첫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해운대 상록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이하 해운대상록조합)은 오는 2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앞서 조합은 두 차례 시공사 입찰에서 단독 입찰한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통과하면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다. 이후 1차 안전진단, 건축심의, 사업계획 승인, 2차 안전진단 단계 등을 거쳐 공사에 들어간다.

상록아파트는 해운대신시가지는 물론 부산을 통틀어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신시가지에서는 대림1차, 건영1차 아파트 등 10개 이상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데 아직 조합 설립 전인 추진위 단계다. 박경삼 해운대상록조합장은 “부산에서 처음 진행되는 리모델링 사업이어서 주변 단지에서 문의도 많다”며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이후 재건축 관심

리모델링 사업에는 재건축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었다. 특히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은 대부분 200% 수준이어서 재건축을 하더라도 일반 분양 물량 부족 탓에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7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운대신시가지는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역세권의 경우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늘어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용적률이 상향되면 일반 분양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진다. 이에 신시가지 내 단지들의 관심이 재건축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선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해운대상록조합에도 이와 관련한 문의가 잇따랐다. 해운대상록의 한 조합원은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유리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조합원 사이에서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해운대상록조합 관계자는 “많은 조합원이 조합 사무실을 찾아 문의했다. 이미 리모델링 추진에 탄력이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속도로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유리할까?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들은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앞으로 ‘저울질’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리모델링이 빠르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시공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시공사 입장에서도 리모델링에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미분양 공포도 없다.

재건축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 분담금이 줄어든다면 이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다만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가이드라인 수준이어서 세부적인 지침이 없는 상태라 향후 발표될 시행령 내용에 신시가지 단지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리모델링은 기존 세대 수에서 15%만 세대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별법 적용을 받으면 20% 내외가 될 것으로 본다. 재건축은 역세권의 경우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허용하지만, 대체로 300%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모두 용적률 혜택을 주면 정부에서 임대와 같은 공공 기여도 많이 요구할 텐데 이 경우 일반 분양이 줄 수밖에 없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특별법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명확히 무엇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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