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견제 치중한 김기현·안철수, 전방위 쓴소리 천하람·황교안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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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주자 SNS 전략
‘저격 글’부터 ‘모두 까기’까지
당심 잡기에 메시지 정치 활용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는 당권주자들이 SNS를 활용하는 ‘메시지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각 후보는 SNS를 통해 특정 후보만 때리는 저격 글을 올리는가 하면 대통령실과 당내 인사를 싸잡아 비판하는 ‘모두 까기’에 열을 올리는 등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때로는 야당을 격렬하게 비판하며 거대 야당을 상대할 당대표의 면목을 보이며 당심 잡기에 나선다. 당대표 후보들이 연일 쏟아낸 SNS 게시글을 통해 그들의 선거 전략을 살펴봤다.

〈부산일보〉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약 3개월간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의 페이스북을 살펴본 결과, 여야 비판 관련 페이스북 게시글은 김 후보 87건, 안 후보 33건, 황 후보 43건, 천 후보 13건이었다. 후보 개인의 의정 활동과 일정 등은 제외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김 후보가 가장 많은 게시글을 남겼다. 후보 4명은 대체로 민주당 비판 기조를 이어 갔다. 반면 당내 비판 글에는 특정 후보만 겨냥하거나 대통령실을 비난 대상으로 삼는 등 후보 간에 온도 차가 났다. 1위를 두고 치고받는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를 깎아내리며 견제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천 후보와 황 후보는 여당 지도부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뱉는 전방위 공세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별로 보면 김 후보는 게시글의 87.3%(76건)를 민주당 비판에 쏟았다. 여당 인사 비판은 11건(12.79%)이어서 다소 낮은 비율을 보였다. 김 후보는 민주당 공세로 거대 야당에 대항할 당대표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안 후보 견제에도 열을 올렸다. 여당·당내 인사 비판 게시글 11건 대부분은 안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 측을 향했다. 김 후보는 줄곧 안 후보의 공식 발언을 두고 지적과 해명을 쏟아 내며 안 후보를 역공하기도 했다.

안 후보 게시글 33건 중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 비판 글이 23건(69.6%)이었다. 여당 비판에는 10건(30.4%)을 할애했다. 안 후보도 김 후보를 겨냥, ‘윤핵관’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지적하는 등 김 후보 비판을 이어 가며 연신 제동을 걸었다. 특히 윤핵관과 윤심의 전대 개입 등을 소재로 삼아 공정성 이슈를 띄우기도 했다.

당내 인사를 겨냥한 비판 게시글 비율은 천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천 후보는 모두 13건의 게시글을 올렸는데 93%인 12건이 국민의힘과 당내 인사 비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저서 추천을 비판한 글을 제외하고는 당내 비판 글이었다. 윤핵관을 비롯해 김 후보와 안 후보, 신평 변호사 등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황 후보 역시 ‘모두 까기’ 전략을 썼다. 게시글 43건을 쓴 황 후보는 민주당 비판 23건, 국민의힘 비판 20건을 올렸다. 황 후보는 조 전 장관, 이 대표, 문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정통 보수’를 강조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KTX 시세 차익’ 의혹을 두고 사퇴를 촉구하며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안 후보의 리더십도 지적하면서 ‘2강’ 김 후보와 안 후보를 고르게 비판했다.

김 후보 캠프의 이수원 메세지총괄단장은 “민주당을 향한 공격과 당내 공방전 등 후보 SNS 메시지엔 여러 정치 전략이 담겨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당대표 후보로 누가 정체성을 잘 지키고 거대 야당과 잘 싸울 것이냐 하는 당원들의 기대치가 담겨 메시지 정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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