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에 소리친 피해자 엄마가 유죄?…법원 판단 ‘제각각’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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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아동학대’ 벌금 판결
유사 사례 인천에선 무죄 선고
‘정신적 폭력’ 기준 놓고 논란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자신의 중학생 딸에게 학교폭력을 휘두른 가해 학생을 찾아가 “이제는 안 참는다”고 소리를 지른 학부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 다른 재판부는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논란이 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임효량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여성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인 A 씨는 2021년 9월 딸 B 양이 같은 반 학생인 C 양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울면서 귀가한 것을 목격하게 됐다. 앞서 A 씨는 C 양이 딸을 괴롭힌다는 얘기를 듣고 C 양에게 “내 딸과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고 주의를 준 상태였다.

C 양이 또다시 딸을 괴롭히자 A 씨는 C 양이 다니는 학원으로 찾아가 수업 중이던 C 양을 불러냈다. 이어 학원 강사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딸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 했지. 그동안은 동네 친구라서 말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참지 않을 거다”라고 소리쳤다.

A 씨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하는 C 양에게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내 딸한테 말도 걸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며 재차 큰소리를 쳤다. C 양 부모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C 양은 “A 씨 발언은 추가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취지여서 위협을 느꼈고, A 씨가 또 찾아올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 양은 실제로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B 양을 괴롭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 C 양에게는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사회봉사 등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추후 A 씨가 C 양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임 판사는 “A 씨의 행동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딸에 대한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인천지법 형사7단독 이해빈 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D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D 씨는 8살 아들의 친구를 찾아가 “네가 우리 아들을 손으로 툭툭 치고 놀린다던데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한 번만 더 그러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소리를 지른 혐의를 받았다. D 씨가 찾아간 아동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서서 학원에 가고 있었다.

이 판사는 “D 씨 행위는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런 행위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고, 정서적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욕설이나 신체 접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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