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실험하면 우리도”… 러, 핵무기 감축 협정 탈퇴 위협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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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서방 우크라 지원 중
우리 핵시설 사찰 헛소리” 주장
ICBM 발사 계획 통보는 준수
미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해”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노보아이다르에서 주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감축 협정 중단을 선언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노보아이다르에서 주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감축 협정 중단을 선언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감축 협정 참여를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이 핵전쟁 공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완전히 조약에서 탈퇴한 것은 아니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묘한 여운도 남겼다.

미 CBS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냉전 이후 금지된 핵실험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간주된다.


푸틴 대통령은 뉴스타트를 중단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패배시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 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핵 시설에도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협정에 따라 러시아 핵시설 사찰 재개를 추진 중이지만, 나토 동맹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가 배치된 공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하도록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의 드론은 나토 전문가 지원을 받아 현대화된 것이다”며 “그러면서 우리의 방어 시설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오늘과 같은 대립 상황에서는 완전히 허튼소리처럼 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가 해당 협정에서 완전히 탈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협정에 따른 핵탄두 수 제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계획 통보 등 의무도 계속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핵탄두는 1550개, 미사일과 폭격기 등은 700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1년 초부터 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등에서 발사가 가능한 장거리 핵미사일인 전략 공격 무기 비축량을 7년간 축소했다. 협정은 또한 규정 준수를 위해 쌍방의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지난해 11월 두 나라는 협정 이행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러시아가 회의 전날 연기를 통보하면서 관련 논의가 멈췄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러시아의 발표는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우린 러시아가 실제로 무엇을 할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물론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와 동맹의 안보를 위해 적절하게 태세를 갖추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회의가 보여주듯이 우린 협정(뉴스타트) 및 핵 안정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전히 러시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미국은 주요 군비통제 조치를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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