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과의 전쟁’ 선포한 윤… 최고조 치닫는 노·정 갈등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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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공정’ 가치 내세워
무관용 원칙 등 전방위 압박
야당 최대 우군 노동계 무력화
총선 도움·국정 동력 회복 노려
양대 노총, 7월 총파업 거센 저항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강력한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노·정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노동계를 압박한 데 이어 강성 노조의 건설현장 불법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다.

거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지난 21일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정체에도 특정 집단을 겨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건설 폭력’을 ‘건폭’이라고 표현한 것은 마치 조폭(조직폭력)처럼 건설 현장의 일부 강성 노조원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기업과 국민 경제에 주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실태가 폭넓게 알려지면서 노조에 대한 국민 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이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은 또 청년층(MZ 세대)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정’의 가치를 재차 부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MZ 세대의 비판적 여론을 노동개혁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민주노총이 야당의 최대 우군으로 나선 이후 줄곧 보수 진영을 공격해 왔다는 점도 윤 대통령이 노동계를 집중 개혁 대상에 올린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노동 개혁이 민주노총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노총이 진보 진영의 실질적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야권의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 건설노조 개혁 토론회 때 한 참석자는 일론 머스크가 ‘기가 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를 한국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노조 때문에 포기했다고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노동 관행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언급이다.

윤 대통령이 노동 개혁에 성공한다면 국정 동력 확보를 통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가 국민의 호응을 얻을 경우 야당의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반작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뿐만 아니라 연금·교육까자 3대 개혁을 최대 과제로 내세웠는데, 각 분야의 반발 세력이 뭉치거나 집단적으로 저항한다면 소수 여당의 지지만으로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22일 YTN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이 ‘건폭’이라는 신조어로 노조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으려 하고 있다”며 “연일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모두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오는 5월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현 정부의 중간 평가를 해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장외 집회와 대대적인 선전전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7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야권까지 대정부 투쟁에 가세할 경우 올 하반기는 여야는 물론 경영계와 노동계의 극단적 대립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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