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전 1년, 미·러 고래싸움에 세계 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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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민중들 엄청난 고통으로 신음
유엔·국제사회 전쟁 종식 적극 중재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 1년을 맞았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묘역에 우크라이나 전사자 장병들이 묻혀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 1년을 맞았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묘역에 우크라이나 전사자 장병들이 묻혀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꼭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양국 군인 사상자가 20만 명이 넘고 민간인 희생자도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간신히 회복 중이던 세계 경제도 또 다시 막대한 타격을 받고는 휘청거렸다.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역전됐고 지난해 말 이후로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전쟁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전쟁 지역의 주민들과 그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전 세계 민중들이다. 이 전쟁이 장기전으로 고착화해 더 큰 고통과 피해를 낳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1년간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국가 기반 시설의 절반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 국민 3명 중 1명이 난민 신세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 폭등, 유통망 마비 현상이 잇따라 지구촌을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올해 말까지 전 세계의 경제 손실 규모는 2조 8000억 달러(약 3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재앙’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쟁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2~3년 이상의 장기 소모전에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더욱 하락하고 경기침체에 빠지는 나라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 전쟁의 가장 큰 위험성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을 대리한다는 데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초단기 승리 전략이 실패했는데도 또 다시 봄철 대공세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전략적 밀월 관계를 강화해 온 중국이 가세했다. 이에 대항하는 미국과 서방 세계의 결속도 공고하다. 그렇게 서방 대 친러로 대변되는 반서방의 대결이라는 국제질서의 신냉전 체제가 한층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인류의 현대사에서 익히 보아 온 장면이 여기에 겹치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극한 대립과 다툼의 역사가 또 다른 형태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실로 우려스럽다.

뚜렷한 승자도 없이 희생과 피해만 키우는 소모적인 전쟁이 더 이상 이어져선 안 된다. 무의미하고 비극적인 전쟁이 지속되지 않도록 출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금, 대립하는 양 진영은 전쟁을 권력 쟁취와 유지의 수단으로 삼아 전 세계적 블록 싸움을 강화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유엔이 적극적인 중재 협상에 나서고 국제사회가 다함께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는 한반도 정세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 역시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에 도움을 줄 바람직한 외교 행보를 고민해야 한다.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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