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의 쏘울앤더시티] 날자, 부산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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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대한항공 “통합 LCC 허브는 인천공항”
국토부 ‘기업 자율이다’로 항공사 대변
LCC 허브는커녕 에어부산도 날릴 판
 
가덕신공항 활성화 위해서도 꼭 필요
엑스포도 좋은 기업 만들기 위한 것
부산시·지역사회 다시 뭉쳐야 할 때

다시 봄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 끝에서 다시 마주하는 봄은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바이러스가 지배했던 3년,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가린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상을 견뎌야 했다. 우리 곁의 누군가는 소중한 가족을 잃었고, 또 누군가는 소중한 삶을 잃었다. 그 아픔을 딛고 이제 우리는 하나둘 일상을 되찾고 있다. 바이러스 공포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 속에 다시 맞이하는 봄이다.

일상 회복이 가장 반가운 곳 중 하나가 항공업계다. 코로나 시작과 함께 직격탄을 맞았던 곳이다. 굳게 닫혔던 하늘길도 다시 열리고 집으로 돌아갔던 승무원들도 일터로 복귀했다. 김해국제공항이 모항인 지역 거점 항공사 에어부산도 날갯짓을 시작했다. 마침 올해는 2030월드엑스포 개최 도시 최종 선정이 있고 이에 맞춰 가덕신공항 개항 준비도 착착 진행될 것이다. 엑스포의 꿈이 이뤄지면 가장 먼저 비상할 곳이 에어부산이다.


그러나 마음껏 날갯짓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에어부산이 처한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에 발목이 잡혀 있는 까닭이다. 2020년 11월 정부의 통합 발표 당시만 해도 지역에서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기대가 높았다.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한 통합 FSC(Full service carrier)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지방 공항을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의 통합 LCC(Low-cost carrier)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국토부를 거들었다.

통합 작업이 진행된 2년여 기간 ‘항공 마피아’들은 슬슬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애초에는 말을 아꼈지만 지난해부터 LCC 허브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형제의 난’ 와중에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은 산업은행이 ‘조원태 경영권 지킴이’ 역할을 한다고 공격했다. 이때 정부, 대한항공, 산업은행이 내세웠던 명분이 지방 공항 LCC 허브 육성이었다. 그러나 올해 최종 통합 승인을 앞두고 이들이 입장을 바꾸면서 가덕신공항 LCC 허브의 꿈이 물 건너가고 있다. 마침내 국토부는 최근 LCC 허브와 관련해 ‘기업 자율’이라는 말로 대한항공과 한패임을 커밍아웃했다. ‘먹튀’도 이런 ‘먹튀’가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연내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금대로라면 합병 승인과 함께 가덕신공항 LCC 허브의 꿈은 물론이고 지역 항공사도 흔적 없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 대한항공은 합병과 함께 경제 논리를 내세워 인천공항 LCC 허브를 밀어붙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 반발을 의식해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3사 체제를 한동안 유지하더라도 에어부산이 고사되고 진에어에 흡수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만 해도 엔데믹에 따른 관광 수요 증가로 알짜 노선들이 쏟아져 LCC들이 중장거리노선 비행기를 도입하며 체급 늘리기에 들어갔는데 에어부산은 통합만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통합 LCC 본사 이전이 안 되면 에어부산이라도 지역 항공사로 지켜야 하는데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의 동상이몽으로 좀처럼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시가 정부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데 제대로 된 대응 전략도 없어 보인다. 어떻게 만든 에어부산인가. 지역 기반의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으로 시와 상공계, 시민사회가 백방으로 뛰어 만든 결실이었다. 당시 부산 상공계의 도움 요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대만과 호주 항공사까지 접촉했겠는가. 결국 영호남 화합 등 갖은 명분을 내세워 삼고초려 끝에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고 에어부산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어쨌든 에어부산은 이후 항공 수요 폭발과 부산 지역사회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당시 에어부산 홍보팀이 내걸었던 카피가 ‘날자, 부산’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대한항공이 뒤늦게 진에어를 출범시키는 등 부산이 항공업계의 LCC 바람을 주도했다. 남부권 관문공항 가덕신공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것도 에어부산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지역의 힘으로 힘겹게 일으킨 항공사를 공중분해시키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토부다. 국토부의 기만적 태도는 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도 희화화시킨다. 항공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있던 것도 빼앗아 간다. 엑스포와 가덕신공항, LCC 허브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시도 한가하게 지켜만 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엑스포도 결과적으로는 에어부산과 같은 좋은 기업을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있는 좋은 기업도 뺏기면서 엑스포로 얻을 게 뭐란 말인가.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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