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갈수록 커지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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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부 학교법인 동의학원 이사장

요즈음 한류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겨울연가’와 ‘대장금’에서 싸이와 BTS를 넘어, ‘오겜’ 등 숱한 콘텐츠를 좀 더 가까이 접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며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신기하고 의아하게 생각되면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이란 책이 생각난다.

외국인 저자 이만열(본명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잘사는 나라들은 모두 제국주의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 유일하게 그런 경험이 없는 선진 모범국가이며, 21세기 르네상스가 한국에서 꽃피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창조적 융합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랑방 문화, 동양의 어느 곳보다도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은 풍수지리, 세계적인 브랜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비 문화 등 훌륭한 문화유산이 넘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6·25전쟁 언저리의 100여 년을 빼면 언제나 당당했던 나라였다. 수천 년간 독립을 유지해 온 슬기로운 나라였다. 가무를 즐기던 흥의 나라였고, 팔만대장경을 축조하고,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로 불경을 인쇄 보급한 지식의 나라였다. 왕조실록을 유지한 기록의 나라였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문명의 나라였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이며, 남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최근 우리의 한류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수 있는 이유도 우선 한국인과 문화의 우수성에 기원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평가도 있다. 좁쌀도 골라내는 젓가락 문화와 표음과 표의의 이중 언어구조의 특성을 들기도 하고, 사계절의 존재와 근친혼을 엄금했던 혼인 문화를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우리가 이룬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라고 생각된다. 도시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하버드대 경제학과. E. 글레이저). 고대에서 현대까지 잘 사는 나라는 모두 도시가 발달한 나라였다. 이는 도시가 문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Civilization(문명)’이란 말이, 도시라는 라틴어 ‘Civitas’에서 유래한 것을 보아도, 애당초 도시나 문명이 같은 개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이룬 최근의 업적들은 우리가 갖고 있던 인적 문화적 요소와 최근에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 도시화를 통해 이룬 문명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도시화율은 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20%대(세계 29%)의 농촌 국가에서 이제는 산업화를 통해 이룬 85.5%의 도시화율로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나라가 되었다. OECD 국가의 평균이 47%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된 국가이고, 최고 수준의 문명국가가 되어 있는 셈이다. 과거 고대 로마가 상수도로 도시의 급수를 해결하고, 프랑스 파리가 하수도로 전염병에서 벗어나고, 영국 런던이 도심공원으로 여가와 일광욕을 즐겼다면, 미국 뉴욕은 거기에다 엘리베이터로 건물을 고층화하고, 유선전화로 정보화를 선도한 현대 도시였다.

21세기 한국은 5G 통신망을 통해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가 가장 빠른 새로운 정보화 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우리가 선도하는 순발력 있는 K-콘텐츠를 실으니 많은 나라가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적 문화적 요소와 더불어 85.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가 만든 필연적 결과이다.

수도권을 묶으면 2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된다. 국토의 면적이 좁다 보니 도시끼리도 가까워 문명의 상승작용도 있어 보인다. 이제는 세계 6위의 강대국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뿐인가.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보인다. 공무원의 능력과 친절은 물론, 우리나라는 애프터서비스와 배달의 천국이다. 다채로운 문화와 즐길 거리가 많고, 치안이 좋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따뜻한가. 한 가지, 정치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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