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일본 화물이 부산항에 의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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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혁 부산항만공사 마케팅부장

일본 65개 항만에 ‘컨’ 물동량 분산
유럽·북미 직항로 개설된 곳 드물어
동북아 허브 부산항에서 환적해야
고부가가치 환적 화물 늘어 고무적

유튜브에서 ‘일본 환적’으로 검색하면 KBS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한국을 견제했던 일본, 부산항에 푹 빠진 이유’라는 뉴스가 맨 앞에 뜬다. 일본 수출입 화물의 약 10%가 부산항에서 환적을 한 번 거치고 있는 이유를 진단했다. 환적은 항공의 환승과 유사하다. 화물이 운송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서 다른 배로 갈아타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개념이다.

일본 화물은 왜 부산항에서 환적될까? 유동인구가 많아 시내버스 노선도 많은 A정류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A정류장 인근 사람은 부산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버스를 한 번만 타고도 갈 수 있다. 반면 버스 노선이 적은 변두리 지역 시민은 십중팔구 도심의 A정류장에서 환승해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유동인구가 적은 곳은 버스 노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대신 작은 마을버스 노선에 만족해야 한다. 이같이 일본의 대부분 항만은 마을버스처럼 구간이 짧은 중소형 피더 선박이 운영되므로 일본 수출입 화물은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인 부산항에서 환적해야 하는 구조다.

일본의 항만에 피더선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컨테이너항이 많은 탓에 화물이 각 항만에 분산돼 물동량이 적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컨테이너 화물 취급 항만이 65개에 달한다. 1·2위인 도쿄항과 요코하마항의 화물 처리비중은 각각 25%, 15%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부산·인천·광양·울산 4개 항만에서 컨테이너 화물의 90%가 처리되고, 부산항에서만 약 60%가 처리된다. 부산항은 도쿄항 수출입 물동량의 2배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부산항 수출입 물동량이 일본 3대 항만(도쿄·요코하마·나고야)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발달해 무역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에 그치는 것도 항만들에 피더선 투입이 많은 이유다. 일본은 GDP가 약 6000조 원으로 한국(약 2200조 원)의 2.7배나 되는 세계 3대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2021년 일본의 전체 해상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1790만TEU로 한국(1720만TEU)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GDP의 80%가 일본과 달리 무역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이 같은 경제 환경 속에서 부산항은 수출입을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항하는 중장거리 원양 항로가 많이 개설됐다. 이에 따라 부산항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출입 화물이 1000만TEU가 넘는 항만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항만을 제외하고는 부산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바다의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는 해운 선사들이 개설한다. 특히 동서양을 오가는 장거리 간선 항로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돼 대부분 글로벌 선사에 의해 운영된다. 부산항이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 반드시 기항해야 하는 허브 항만이 된 것은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기본적인 수출입 화물의 절대량이 풍부해서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버스정류소에 노선이 많이 개설되는 것처럼 부산항에 충분한 화물이 집하되다 보니 세계 주요 항만들과 연결된 정기 노선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항의 유럽 직항 정기 노선은 주당 15개다. 도쿄항은 1개뿐이고 요코하마항은 전혀 없다. 이처럼 일본은 큰 항만조차 유럽 직항 노선이 부족해 피더선으로 부산항과 연결한 뒤 환승할 수밖에 없다. 부산항의 북미 직항 노선도 주당 37개인 반면 도쿄항은 8개, 요코하마항은 7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오사카·고베를 포함한 5대 항만을 빼고는 60개 지방항에 유럽·북미 노선이 아예 없다.

결국 일본의 주요 항만에서 멀리 떨어진 서안 지역의 화주나 수출입 기업들은 직항 노선이 없는 유럽과 북미로의 수출입을 위해 부산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의 일본 환적 화물 처리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인 환적 물량도 증가했다. 지난해 부산항은 세계 2위 규모인 1200만TEU가량의 국제 환적 화물을 처리했다. 세계에서 수출입 화물과 환적 화물 처리량이 각각 1000만TEU를 넘긴 곳도 부산항이 유일하다.

늘어난 환적 물동량만큼 부산에는 항만·물류 연관 산업의 매출이 늘고 있다. 20피트짜리 환적 컨테이너 1개(1TEU)당 연관 산업의 매출은 약 15만 원 발생한다. 이를 부산항 연간 환적 화물로 계산하면 1조 8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셈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의 유리한 위치와 연결성, 안전성 등 다양한 장점을 활용해 환적 물동량을 늘리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는 부산항 관리 당국과 해운·항만·물류업계의 선사 및 물동량 유치 노력의 결과다. 우리 기업의 수출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환적 화물 유치로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부산항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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