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의 춤사위 ‘강강술래’ 손잡고 돌다 보면 우리가 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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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3월 3~4일 정기공연
‘강강-맺는 강강 푸는 강강’
강강술래에 서사·드라마 더해
“원무 반복, 새 흐름·방향 발산”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를 재해석한 무용극 ‘강강’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를 재해석한 무용극 ‘강강’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정월 대보름날이나 팔월 한가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한국인이라면 이 정도만 설명해도 단박에 알아듣는다. 강강술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강강술래 놀이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국민 댄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널리 보급돼 있다. 1966년엔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고, 2009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를 재해석한 무용극 ‘강강’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를 재해석한 무용극 ‘강강’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이런 강강술래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공연으로 만들었다. 사실 강강술래는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방법도 다르고, 지역마다 의미도 다르다. 이번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또 한 번의 강강술래 확장과 변주인 셈이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제16회 정기공연이자 2023년 신작으로 ‘강강-맺는 강강 푸는 강강’을 오는 3월 3~4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선보인다.

왜, 하필 강강술래인가. 지난 3일 ‘강강’ 리허설이 한창인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만난 정신혜 예술감독에게 물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된 것은 아니다. 국립국악원이라는 단체에 소속돼 있다 보니 명확한 목적의식이 생겼다”면서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인 동래야류를 현대화한 ‘야류별곡’을 무대에 올리고, 지지난해 종묘제례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아(舞我), 바람 딛고 오르다’를 공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예술감독은 “다양한 각도로 조명된 전통의 모습이란 게 어쩌면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갖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예술가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정 예술감독은 또 “전통의 현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전통이라는 온전한 그릇을 훼손하는 게 아닌가 우려가 클 수도 있지만, 전통이라는 좋은 뿌리가 있으니 그 흐름을 미래로 가져간다는 것은 훼손이 아닌 재창작으로 인한 확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강'의 주역 무용수.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강강'의 주역 무용수.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다만, 전 국민이 아는 강강술래다 보니 ‘더욱 쉽게 가져가자’고 생각했단다. 삶의 순환성과 인간이 왜 원무를 추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에 약간의 서사와 드라마를 넣었다. 그렇게 해서 맺는 ‘강’과 푸는 ‘강’이라는 존재가 만들어졌다. 작품은 소멸과 생성을 다루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총 3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은 맺는 강강, 제2장은 ‘놀이, 원형의 삶’, 제3장은 푸는 강강이다.

정 예술감독은 “강강술래는 얼핏 보면 원형을 그리고 돌면서 추는 춤사위의 반복 속에 놀이가 있는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강강술래의 원은 그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생성과 소멸, 또 다른 생성을 품은 순환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이 계속 반복될 때마다 새로운 흐름과 방향이 발산되는 것, 그것이 강강술래의 주목할 지점”이라면서 “우리는 강강술래의 원(圓)과 하나 되어 맺히고 풀어지면서 또 다른 삶의 방향성을 마주하게 되는 긍정의 정신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작품 ‘강강’은 의미의 확장, 공간의 확장, 시청각의 확장을 통해 예술의 시대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과정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원무(圓舞)를 추다가 흥이 나면 가운데 한 사람이 들어가 춤을 추는 남생이놀이를 비롯해서 고사리꺾기, 청어엮기, 기와밟기, 꼬리따기, 덕석말이, 문지기놀이 등으로 변화를 주었다. 어린 시절 또래들과 골목길에서, 혹은 학교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한두 번쯤 해 봤던 그 놀이들이다. 특히 5분여 남짓 이어지는 기와밟기 과정에서 무용수들이 옷을 안팎으로 뒤집어 입는 모습은 흥미진진한다.

'강강'에서 손과 손을 맞잡은 단원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강강'에서 손과 손을 맞잡은 단원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선조들 역시 강강술래 속에서 둥글게 돌며 삶 속의 부조리, 불합리한 것들을 긍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것이 강강술래가 가진 힘이다. 타인과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돌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우리로 변화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한다. 강강술래의 원(圓)과 하나 되어 맺히고 풀어지면서 또 다른 삶의 방향성을 마주하게 되는 긍정의 정신을 가지게 된다. 이는 강강술래가 가장 한국적인 민중 예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용단 예술감독 정신혜의 연출·안무로 구성한 이번 무대는 대본 천정완, 음악감독·지휘·작곡 이정호(부산대 음악학과 교수), 작곡 강한뫼, 무대디자인 김종석, 의상디자인 민천홍, 소품디자인 정윤정, 영상디자인 이수경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외부 연주단 등 4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한다. 공연은 3월 3일 오후 7시 30분, 4일 오후 3시. S석 1만 원, A석 8000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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