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회동’ 인사 사장 선임 강행 HUG, 불공정 아이콘 자처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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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주총서 사장 후보 5명 중 박동영 최종 의결
사전 업무 개입 등 공정성 논란에도 강행 결정
국민 신뢰도 타격 불가피…‘尹 정부’ 불통 인사 지적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7일 차기 사장에 ‘부적절한 만남’ 논란(부산일보 지난 14일 자 2면 보도 등)이 불거진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을 낙점했다. 정치권은 물론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박 전 부시장 선임의 부적절성 지적에도 HUG가 선임을 강행하면서 기관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불통 인사’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HUG는 이날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박 전 부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의결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박 전 부사장을 신임 HUG 사장으로 임명하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박 전 부사장은 주총을 앞두고 HUG 고위 관계자들을 두 차례 만나 논란이 된 인사다. 그는 지난 8~9일 서울 모처에서 HUG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했다. 금융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은 이미 이날 만남에 앞서 HUG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자리 또한 업무보고 연장선이었으며 인사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또한 박 전 부사장의 전문성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1987년 쌍용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몸담아온 ‘증권맨’이다. 최근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등 HUG에 산적한 현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지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도 박 전 부사장의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HUG가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은 곧 기관의 투명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그럼에도 HUG가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사실상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HUG의 박 전 부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위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장관의 박 전 부사장 제청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국회 국토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은 “후보자 신분으로 HUG 주요 간부를 만나 업무 보고를 받고 인사까지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를 주총에서 단수 후보로 추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를 저버린 일”이라며 “만약에 의혹이 사실이면 중대 범죄행위이다”고 꼬집었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사회와 주총이 열리기도 전에 이사회의장을 만나 공정을 파괴하고 HUG 임원을 불러내 인사지시를 하는 등 사장 행세를 하고 다닌 자격 미달자를 어떻게 최종후보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총에서의 최종 후보 결정이 대통령실의 의중”이라고 주장하며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인사’ 기조를 비판했다. 이들은 원 장관이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HUG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인 소관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언급, “국토부에서 최종후보자를 대통령실에 올리는 역할을 함에도 국토부장관 본인의 소관이 아니라고,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고 고백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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