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방탄, 불체포특권 뒤에 계속 숨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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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예상 밖 근소한 차로 부결
스스로 특권 내놓는 전향적 결단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7일 전체 의원 299명 중 297명이 참여한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무난한 부결을 자신한 민주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예상과 달리 찬반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갈릴 정도로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여론도 그렇거니와,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방탄국회’ ‘불체포특권’ 논란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 터였다. 그런 만큼 이번 결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방탄국회’ ‘불체포특권’ 논란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이 대표의 행보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번 표결 결과 분명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깊은 고민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민 여론은 훨씬 이전부터 좋지 않은 편이었다. 2월 4주 차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49%)이 구속 수사를 찬성했고 불체포특권 폐지는 찬성(57%)이 반대(27%)의 두 배에 달했다. 국민의힘 측의 반발은 그렇다 쳐도, 같은 야당인 정의당도 처음부터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 왔는데 더군다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 원로인 권노갑 고문은 “(이 대표가)다음 번에는 떳떳하게 선당후사하라”는 의미심장한 언급을 남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당’이라는 안팎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당의 처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에 따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 없이 기각하게 된다. 검찰은 이후 영장에 포함된 혐의를 토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기소를 미루고 다른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하거나 여러 혐의를 죄다 묶어서 다시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동안의 검찰 행태를 보면 ‘정치 수사’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무리한 데가 없지는 않았다. 영장에 실린 감정적이고 원색적인 표현, 재판부의 예단을 끌어내려는 시도 등은 오직 증거와 법리로만 말해야 하는 검찰 본연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검찰 역시 이런 비판을 새겨들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부결이 국민들의 법 감정에 반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이후 검찰의 영장 청구와 기소가 반복될 텐데 민주당이 언제까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소한 차이의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데 민의가 있음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불체포특권은 1948년 제헌 헌법과 함께 도입된 헌법적 권리지만 이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은 정치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 대표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할 정도로 미래지향적 의지를 보여 준 바 있다. 그런 만큼 이제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고 영장 심사에 임하는 전향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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