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연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아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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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봉 영화 ‘대외비’서
정치 비선 실세 순태 역할
1992년 부산 배경 작품
권력을 향한 인간 욕망 다뤄
부산 출신 조진웅과 연기 호흡

배우 이성민이 영화 ‘대외비’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성민이 영화 ‘대외비’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기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정답이 없어 ‘무지개를 좇는 것 같다’는 배우. 이성민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연기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연기를 알 듯 말 듯 하다”며 “오래 연기를 하다 보니 배우로서 자존감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민이 1일 개봉하는 영화 ‘대외비’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정치 비선 실세 ‘순태’를 연기한다. 순태는 당의 공천 후보를 하루아침에 뒤바꿀 힘을 가진 인물이다. 이성민은 “연륜 있는 브로커를 표현하기 위해 나이를 좀 더 올려 연기했다”며 “짧은 머리에 짧은 콧수염이 있는 보스 같은 이미지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리멤버’의 알츠하이머 환자 한필주와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양철 회장에 이어 다시 한번 노인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소리를 낼 때 목을 많이 긁어서 목소리가 많이 변했었다”며 “구부정하게 다니다 보니 자세 교정도 필요하긴 했다”고 밝혔다. “아내가 노인 연기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남편의 미래의 얼굴을 보는 게 달갑진 않나봐요. 제가 보기엔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말이에요. 하하.”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권력과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이성민은 “1992년은 사라져가는 배경의 시대”라며 “‘영혼을 팔아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도 여러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권력을 좇는 인물이 점점 피폐해지는 과정과 그 결말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30년 전을 배경으로 한 점도 남다르게 다가왔단다. “그때 전 스물다섯이었어요. 피 끓는 청춘이었죠. 배고팠던 때라 당장 오늘 살기도 바쁜 사람이었어요. 이젠 그때가 시대물로 다뤄지네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 작품에선 배우 조진웅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성민은 조진웅을 ‘굵은 동아줄’ 같은 배우라고 했다. 선 굵은 연기를 펼쳐낸 데다 동료로서 의지할 수 있어서다. 이성민은 “내겐 없는 연기 장점을 많이 가진 배우”라며 “너무 잘해서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진웅 배우가 동아줄이라면 저는 ‘나이롱줄’에 가까워요. 저는 이렇게 꼬아도 되고 저렇게 꼬아도 되는 사람이랄까요. 진웅 씨는 열 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배우예요. 진웅 씨는 부산, 나는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같이 성장해왔죠. 동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영화 ‘대외비’서 정치 비선 실세 순태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대외비’서 정치 비선 실세 순태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대 초반 대구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연기 생활을 시작한 이성민은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친일파 척결에 나선 노인부터 대기업 회장, 베테랑 형사, 아버지까지 매 작품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대중을 만났다. 이성민은 “나이가 들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며 “나를 변주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고 했다.

이성민은 “주연이 되니 배우로서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 부분이 커지더라”며 “20대 때 막연하게 상상해본 것들을 이룬 것 같긴 한데 그만큼 책임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도 “긴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아무래도 배우의 평가는 영화의 평가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을진 몰라 늘 최선을 다하고 있죠. 이젠 좀 밝고 경쾌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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