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과학기지서 철새 ‘찰칵’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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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카메라에 특이물체 찍혀
괭이갈매기·해오라기로 확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영상에 찍힌 철새.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영상에 찍힌 철새.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해양 환경과 기후 연구를 위해 설치된 이어도 무인 해양과학기지 카메라에 철새가 관측됐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서울대 조양기·김덕진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CCTV와 열화상 카메라로 우리나라와 중국 남부를 오가는 철새인 괭이갈매기와 해오라기를 포착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해양과학기지 주요 관측체계 개선 및 활용 연구’의 일환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물체 분석 및 자동 탐지방안’을 연구하던 중 2020년부터 CCTV와 열화상 카메라 영상에 특이 물체가 탐지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물체의 형상과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 윤곽선 자동탐지 기법을 새로 개발해 열화상 카메라 영상 속 물체에 적용했다. 그 결과 물체는 최대 60개이고, 늦가을부터 봄까지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물체가 새의 형상이고, CCTV에도 기지 주변을 맴도는 새가 찍힌 것을 토대로 연구진은 특이 물체를 철새라고 봤다. 추가로 서울대 농림생물학부 최창용 교수의 자문을 얻은 결과 철새는 중국 남부에서 번식을 위해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괭이갈매기와 해오라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서해5도에서 주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는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남하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서해 전역과 제주도에서 월동한 뒤 3~6월에 북상해 번식지로 이동하는 철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8000~1만 7000km까지 이동하는 철새가 제주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관측된 것은 이어도와 주변 해역에 철새의 먹이인 해양생물이 풍부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원격탐사 장비를 해양과 대기뿐 아니라 해양생태계 분야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철조 국립해양조사원장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해양과 대기의 물리·화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상위생태계인 철새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다학제적 연구의 전초기지가 되었다”며 “앞으로도 해양과학기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품질 관측자료를 생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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