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AI 복원 독립운동가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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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챗GPT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되고 로봇을 활용한 택배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미래다. 우리 삶을 AI 기술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AI의 원천인 디지털 데이터가 전기처럼 일상 속을 흘러 다닌다. AI를 이용한 생성형 복원 기술은 세상을 떠난 사람도 불러오고 젊은 시절 추억도 소환한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는 30대 배우 최민식이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60대 최민식이 가발을 쓰고 연기한 것을 AI가 ‘디에이징’ 기술로 주름을 지우고 피부 톤을 보정한 후 목소리 역시 젊게 되살리는 방식으로 재현했단다. KB라이프가 TV 광고로 선보인 20대 배우 윤여정은 더 놀랍다. 70대 윤여정을 입력한 AI가 1971년 영화 ‘화녀’ 속 24세 그녀를 ‘딥러닝’한 결과다. 드라마, 영화, 광고 속 레트로 열풍으로 스타트업들이 돈 되는 이 마법에 뛰어들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AI로 복원된 ‘전원일기’ 속 응삼이역의 고 박윤배 배우가 출연해 말까지 건넨다.

AI 복원 기술은 법의학, 고고학 등 점점 활용 분야를 넓힌다. 미국 벤처기업 파라본 나노랩스는 지난해 18세기 뱀파이어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에서 DNA를 뽑아 AI 3차원 안면 재구성 기술로 복원한 얼굴을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한반도 가야인 얼굴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연구진은 DNA에서 외형을 결정짓는 유전자 160개를 골라 AI로 복원했다. 갈색 눈에 검고 굵은 직모로 현대 한국인과 비슷한 외형을 보였다.

국가보훈처가 104주년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해 제작한 영상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형 전광판에 송출했다. 김구 김좌진 베델 송진우 안중근 안창호 유관순 윤동주 윤봉길 이승만 이회영 조소앙 최재형 한용운 헐버트 등 15명이다. 성균관대 학생들이 AI 얼굴 복원 기술(GFP-GAN)과 안면 복원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영상에는 각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함께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자주독립이오(김구)’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유관순)’ 등 생전의 어록도 담겼다. 생생하게 전해지는 선열들의 피, 땀, 눈물에 가슴 뭉클해지는 3.1절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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