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 100명서 7명으로 줄여 버티는데…” 뱃길 열리자 임대료부터 내라는 해수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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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대마도 노선 부분 재개
국제여객터미널 사용료 다시 부과
부산면세점 부산항점 “납부 거부”
정상화 멀었는데 기계적 잣대 논란

한국과 일본을 잇는 바닷길은 재개됐지만,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주력 노선인 대마도 노선이 정상화되지 않아 터미널 면세점이 텅 비어 있다. 부산면세점 제공 한국과 일본을 잇는 바닷길은 재개됐지만,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주력 노선인 대마도 노선이 정상화되지 않아 터미널 면세점이 텅 비어 있다. 부산면세점 제공

해양수산부가 한국과 일본의 바닷길이 열리자마자 항만시설 사용료 부과에 나서 부산의 중견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28일 "지난해 말까지 100% 감면하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의 항만시설 사용료를 20%씩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과 후쿠오카 간 뱃길이 지난해 11월 다시 열렸으니 그날을 기점으로 사용료를 일부 받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용료가 부과된 업체 중에는 부산면세점 부산항점이 있다. 당초 현대페인트가 운영하던 부산면세점은 2017년 비엔스틸라, 윈스틸, 광명잉크제조 등 16개 중견기업이 지분을 사들여 부산에서 생산한 제품을 면세품으로 팔아 왔다.

2018년 운영 첫해 203억 원의 매출을 올린 부산면세점은 이듬해 이전 정부의 ‘노(NO)재팬’ 캠페인을 만나 곧바로 좌초했다. 2020년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큰 타격을 받은 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계약 기간 5년 중 정상적으로 영업한 기간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해수부의 감면율 조정 방침에 따라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달 부산면세점에 작년 11월부터 2월까지 밀린 사용료를 부과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코로나로 터미널 영업이 불가능해 그간 사용료를 100% 면제해 줬다. 이제 순차적으로 항로가 열리고 있으니 여객이 재개된 부분에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이는 인천 등 다른 여객터미널과 동일한 해수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면세점과 면세점에 지분을 투자한 업체는 납부기한인 지난달 15일까지 사용료 납부를 거부했다.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면세점이 반발하는 건 사실상 출국승객 80~90%를 실어 나르며 터미널을 먹여 살린 대마도 노선은 겨우 주말 운항을 재개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 6척이 오가던 대마도 노선에서는 현재 2척의 배가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오가며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나마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승선 정원의 절반 수준만 태운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매일 운항 중인 노선은 후쿠오카 2개 노선과 시모노세키 1개 노선이 전부다. 평일 터미널을 찾는 인원이 200~300명 선에 그쳐 정상화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면세점은 지역 기업이 출자해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던 면세점의 재기를 돕지는 못할 망정 밀린 사용료부터 내라는 건 공공기관의 몰상식한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부산면세점 측은 “100명을 넘던 직원 중에서 겨우 7명만 살아남아 영업을 이어 나간다. 11월부터 뱃길이 열렸으니 밀린 사용료까지 내라는 건 그야말로 기계적인 판단 아니냐”며 “출국자가 있으니 수익이 난다는 해수부 논리대로라면 흑자가 나야 하는데 이 정도 출국 인원으로는 적자에도 마지못해 운영하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지난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5년 사용기간을 연장한 부산면세점을 상대로 해수부와 항만공사는 ‘국유재산 가치가 올랐다’며 연간 사용료를 기존 38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인상한 터라 이들은 더 분개한다.

해양수산부는 3년간 영업하지 못한 부산면세점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른 터미널과의 형평성 문제로 사용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많든 적든 터미널에서 매출이 발생하니 100% 감면은 불가하다는 뜻이다.

해수부 항만운영과 측은 “감면제도 자체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가 완화된 상황에서 감면 100%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인천 등지의 한·중 노선은 아예 열리지 않아서 감면 100%를 적용하고 있다. 한·일 노선은 재개됐음에도 동일한 감면제도를 유지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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