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표명 침묵 이재명, ‘대북 송금 체포동의안’ 표결이 최대 위험
‘두 번째 투표’ 결과 장담 못 해
원내대표 경선이 행보 방향타
친명계 승리하면 장악력 확인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으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거취’에 침묵을 지켰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현안’을 강조했지만 국면 전환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농후해 이 대표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문제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거취를 표명할 생각이 있느냐’ ‘당내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여론의 관심이 ‘대표직 사퇴’나 ‘비명(비이재명)계와의 소통’에 집중된 상황이 이날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 지도부는 단합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깊이 살피겠다”면서 “어제의 일로 당이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이 다시 이뤄진다. 민주당 내 ‘이탈 표’가 30표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다시 의원들에게 ‘부결’을 당부하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또 다른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때 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무효·기권 의원들의 가결 투표)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당대표 자진 사퇴’ 등의 ‘결단’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비명계 의원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표 단속’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이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 말까지지만 당내에선 국민의힘 원내대표 임기 만료(4월)에 맞춰 조기에 경선을 실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내대표 경선에선 친명계와 비명계가 정면으로 ‘세력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로 친명계가 당선되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확인되면서 당내 갈등도 ‘다수 대 소수’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반대로 비명계가 당선되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친명계가 다수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는 친명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