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인 그룹홈 줄해체… 가정폭력 시달린 아이 다시 컴백홈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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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못 구해 3년 새 9곳 줄어
다른 시설 등 복귀 33명 관리 공백
교사 1인 담당 인원 타 지역 2배
연장근로 인정 덜 받아 급여 적어
예산 부족 탓 충분한 처우 어려워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처우로 종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장애인 그룹홈 해체가 해마다 늘고 있다. 부산의 한 장애인 그룹홈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는 모습. 부산장애인공동생활가정협회 제공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처우로 종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장애인 그룹홈 해체가 해마다 늘고 있다. 부산의 한 장애인 그룹홈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는 모습. 부산장애인공동생활가정협회 제공

2022년 11월 지적장애 2급인 아홉 살 A 군은 집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A 군은 5~6년간 이어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부산의 B 그룹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비슷한 장애를 가진 3명의 친구와 함께 지내며 치료와 보살핌을 받았지만 그룹홈이 해체돼 갈 곳은 집뿐이었다. B 그룹홈 원장은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게 느껴져 어떻게든 버텨 보려 했다. 일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그룹홈이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 강도 탓에 종사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난다. 특히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근무여건이 더 열악해 그룹홈 해체가 가파르게 이뤄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9년 44개였던 부산의 장애인 그룹홈은 2022년 35개로 줄었다. 3년 새 9개가 문을 닫았다. 전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장애인 그룹홈은 2019년 770개소에서 2021년 753개소로 17개소 줄었는데, 그중 부산에서만 7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역시 2019년 152명에서 2022년 119명으로 줄었다.

장애인 그룹홈은 장애인들이 집단시설 보호에서 탈피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서비스를 받게 하는 시설이다. 사회재활교사가 장애인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보호·자립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룹홈이 해체돼 집 또는 다른 시설로 돌아간 33명의 장애인 관리는 따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룹홈 감소가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룹홈에서는 장애인 입소자들과 함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에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높다. 야간근무가 원칙인데다 근무시간도 하루에 거의 16시간에 달한다. 부산장애인공동생활가정협회에 따르면 현재 그룹홈 종사자들은 최장 주 80시간 일하고 있다. 그룹홈 종사자의 공식적인 하루 근로시간은 당일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9시다. 16시간 중 야간 취침 시간 8시간(당일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은 휴게시간으로 책정된다. 이 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어 야간 취침 시간은 실제로는 근무 대기시간이다.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시설의 특성상 입소자들이 밤에 갑작스겁게 발작하거나 돌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야간 취침 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 그룹홈이 빠르게 감소하는 이유로는 그룹홈 종사자의 낮은 처우가 꼽힌다. 경북·광주·대전과 같은 지자체에서는 교사 1명이 장애인 2명을 돌보며 한 달에 최대 40시간의 연장근로를 인정받는다. 부산에서는 교사 1명이 장애인 4명을 돌보지만 한 달에 최대 20시간의 연장근로만 인정받는다. 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을 계산해 보면 부산이 124만 원가량 적다. 거꾸로 돌봐야 할 장애인은 더 많다.

부산시는 예산이 부족해 장애인 그룹홈 종사자들에게 충분한 처우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그룹홈 종사자들의 임금과 시설 지원은 100% 시비로 이뤄진다. 시·도의 예산 상황에 따라 다른 지자체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그룹홈 교사 등의 처우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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