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 매화 활짝…봄이 오는 소리 보이나요?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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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부터 하나둘 만개, 부산 곳곳서도 ‘봄 소식’
충렬사 다섯 그루에 핀 꽃 함박눈 내리는 느낌
범어사에선 홍매·청매·백매 모두 만날 수 있어
유엔기념공원·대연수목전시원에서도 자태 뽐내

매화는 봄의 전령이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설법전 앞 담장 쪽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매화는 봄의 전령이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설법전 앞 담장 쪽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엄동설한을 이겨 내고 채 가시지 않은 추위에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있으니, 바로 매화다. 매화가 남녘에서부터 하나둘 만개하면 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매화를 ‘봄의 전령’이라 부르는 이유다. 매화는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에서 홀로 꽃을 피워 고결한 자태와 기품이 더욱 깊다. 이런 매화이기에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라고 하여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했다. 은은한 매향이 퍼져 나가면, 봄이 오는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매화는 초봄까지 꽃을 피우며 봄의 향연을 준비하는 벚꽃과 유채꽃, 개나리꽃 등에 봄 기운의 바통을 넘긴다. 매화가 아른거려 부산에 온 봄 소식을 찾아 길을 나섰다.


충렬사 기념관 뒤쪽으로 난 문을 나서면 매화나무 다섯 그루가 백매를 활짝 피우고 있다.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듯하다. 충렬사 기념관 뒤쪽으로 난 문을 나서면 매화나무 다섯 그루가 백매를 활짝 피우고 있다.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듯하다.
충렬문과 이어진 담장의 오른쪽과 왼쪽 앞에 둥그스름한 매화나무가 하얀 꽃을 가득 피웠다. 종이컵에 가득한 팝콘처럼 보인다. 충렬문과 이어진 담장의 오른쪽과 왼쪽 앞에 둥그스름한 매화나무가 하얀 꽃을 가득 피웠다. 종이컵에 가득한 팝콘처럼 보인다.

햐얀 눈꽃 내리는 ‘충렬사’

충렬사(부산 동래구 충렬대로 347)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과 싸우다 순절한 선열을 모신 사당이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돼 있다. 사찰(절)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충렬사 곳곳에는 매화나무가 있다. 도착하자마자 매화가 눈에 들어온다. 충렬사 입구에 있는 충렬탑 뒤쪽에 매화나무 두 그루가 백매를 환하게 피웠다. 입구로 들어가 안내소를 지나면 정면에 본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계단 끝에 본전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충렬문이 있다. 충렬문과 이어진 담장의 오른쪽과 왼쪽 앞에 둥그스름한 매화나무 세 그루가 하얀 꽃을 가득 피웠다. 종이컵에 가득한 팝콘 같다.

충렬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있는 기념관 뒤쪽 문으로 나가면 충렬사 매화의 진수가 고고하게 서 있다. 매화나무 다섯 그루가 백매를 환히 피우고 있는데,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듯 야릇하다. 추켜든 사진기 앵글 안에 백매가 한가득 담긴다.

매화는 벚꽃과 헷갈리기 쉽다. 피는 시기가 조금 다르지만, 꽃의 크기와 생김새,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차이를 살펴보면, 매화는 꽃이 가지에 붙어 피고, 벚꽃은 가지에서 나온 꽃자루의 끝에 핀다. 매화는 향이 진하고, 벚꽃은 향이 거의 없다. 매화나무에는 매실이, 벚나무엔 버찌가 열린다.


범어사 대웅전과 설법전 방향 두 갈래 길로 나뉘는 부근에 홍매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붉음이 더욱 진하고 선명해 매혹적이다. 범어사 대웅전과 설법전 방향 두 갈래 길로 나뉘는 부근에 홍매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붉음이 더욱 진하고 선명해 매혹적이다.
범어사 천왕문 부근에도 매화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범어사 천왕문 부근에도 매화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삼색 매화 만나는 ‘범어사’

부산을 대표하는 고찰인 범어사(부산 금정구 범어사로 250)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이다. 범어사 내에서는 여러 곳에서 매화를 만날 수 있는데, 특히 홍매와 청매, 백매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설렌다. 매화는 색에 따라 백매, 홍매, 청매, 분홍매, 흑매 등으로 부른다. 이 중 백매와 청매는 모두 꽃잎 색이 하얗지만, 백매는 꽃받침이 자주색, 청매는 연두색을 띤다. 홍매의 경우 붉음이 옅으면 분홍매, 짙으면 흑매로 구분하기도 한다.

범어사 입구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부산 범어사 등나무 군락’ 지정 보호구역이라는 문화재 보호 안내문이 보이고, 대웅전과 설법전 방향 두 갈래 길로 나뉘는 부근에 홍매가 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붉음이 더욱 진하고 선명해 매혹적이다.

설법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 올라가다 담장 위로 매화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에 걸음을 재촉했다. 꽃잎만 보고 백매인 줄 알았건만, 꽃밫침이 연둣빛을 띠는 청매다. 못다 핀 꽃망울들이 제법 남았지만, 이미 핀 청매들로도 충분히 상큼하고 발랄하다.

경내를 걷다 보면 백매를 여럿 만난다. 화엄전 앞에 매화나무 다섯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백매가 드문드문 피었다. 대웅전에서 다시 돌아 내려오는 길 천왕문 부근 담장 너머에서도 매화나무들이 만개했다.


유엔기념공원 조경 공간에 홍매 한 그루가 초록 잔디, 조경수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잔디를 밟고 들어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놨다. 유엔기념공원 조경 공간에 홍매 한 그루가 초록 잔디, 조경수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잔디를 밟고 들어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놨다.
대연수목전시원에 있는 분홍매. 가지가 휑한 수목원 내 다른 나무 사이에서 봄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연수목전시원에 있는 분홍매. 가지가 휑한 수목원 내 다른 나무 사이에서 봄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과 ‘대연수목전시원’

유엔기념공원(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93)과 대연수목전시원은 부산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피는 곳이다. 보통 매년 2월 초중순 꽃을 피운다.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 때 전사한 유엔군이 잠들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 묘지다. 유엔기념공원은 연중 오전 9시부터 동절기(10~4월)는 오후 5시까지, 하절기(5~9월)는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묘지 아래쪽에 있는 조경 공간에 홍매 한 그루가 초록 잔디와 조경수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잔디를 밟고 들어가 홍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놨다. 아쉽지만 먼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 봄 기운이 전해진다.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홍매 20여 그루를 식재해 놓은 곳이 눈에 들어오는데, 방문객들은 출입할 수 없는 곳에 있어 멀리서만 볼 수 있다.

대연수목전시원은 유엔기념공원을 50m 폭으로 감싸 안으며 자리한 녹지 공간이다. 뒤편으로 평화공원과도 연결된다. 대연수목전시원에는 분홍매 두 그루와 백매 한 그루가 있다. 수목원 내 가지가 휑한 다른 수목들 사이에서 봄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백매 바로 옆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어 다가섰다. 산수유꽃이 하나둘 피어 만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수영사적공원에서는 25의용단 내에서 매화를 만날 수 있다. 수영사적공원에서는 25의용단 내에서 매화를 만날 수 있다.

꿋꿋한 기개와 충혼 서린 ‘수영사적공원’

수영사적공원(부산 수영구 수영성로 43)은 부산시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곳이다. 조선 시대 남해안의 4군영을 관할했던 수군총괄군영인 경상 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었던 자리다. 현재 성은 없고 성지 관련 유적만 남아 있다. 안용복 장군 충혼사당과 충혼탑, 25의용단 등 유형문화재와 비지정 문화재가 있다. 수영사적공원의 매화는 25의용단 내에 있다. 25의용단은 임진왜란 때 수영성에서 일본군에 저항하다 죽은 25명의 수군과 성민의 충혼을 모신 곳이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25의용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가는 외삼문에 들어서면 내삼문 오른쪽 담장 앞에 백매 두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에는 이 밖에도 해운대구 장산 대천공원과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등지에서도 매화를 만날 수 있다. 매화 명소들을 정리하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고결한 마음·결백·기품·인내. 매화의 꽃말처럼 전몰 호국 영령들의 충의가 서린 곳들이라는 점이다. 매화를 보며 봄을 반기되, 잠시 앞서간 이들을 생각하는 경건한 마음도 잊지 말자.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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