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외로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 목표 ‘흐지부지’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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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디지털상품거래소 ‘삐걱’

업계 관심 STO, 부산 거래소는 소외
혈액 공급 기능 ICO·IEO 합법화 땐
해당 기능 부산 유치 계획 ‘요원’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안으로 제시한 디지털상품거래소 역시 여러 문제점으로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추진위 발족식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안으로 제시한 디지털상품거래소 역시 여러 문제점으로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추진위 발족식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추진하는 디지털상품거래소가 벽에 부딪혔다. 2년간 지지부진하던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라고 제시했던 디지털상품거래소 구상안이 사실상 급조된 ‘악수’라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개념조차 불분명한 ‘디지털상품’

지난해 12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추진위는 발족 한 달만에 부산시가 추진하던 거래소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추진위는 1월 중순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아닌 디지털상품거래소를 만들겠다”며, 증권형 토큰(STO)은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까지도 거래소 취급 상품에서 ‘일단’ 제외했다.

추진위는 디지털상품, 즉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의 분야로 부동산·선박·지적재산권 등을 꼽았다. 그러나 전문가 상당수의 의견은 다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적재산권이나 부동산은 임대료 등 지속적인 수익을 발행시키는 권리이자 자산”이라며 “현재 해당 분야의 조각투자 상품은 STO로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STO는 이미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기로 결정 난 상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그동안 ‘증권형 토큰’이라 불리던 STO를 ‘토큰증권’이라는 용어로 공식화하고, 이를 기존 금융권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STO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TO와 가상자산을 취급 상품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한 부산 거래소는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도 하거니와, 부산 거래소가 말하는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도 부산 거래소가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부산시-추진위 ‘불통’에 목적성 상실

부산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STO 발행·유통을 기존 금융권으로 제한한 만큼 부산 거래소의 취급 상품에서 STO가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제외한 것은 당최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러한 결정이 부산 거래소를 만들려던 초기 목적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부산 거래소는 부산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제기됐다. 금융이 산업의 혈액 순환을 책임지듯, 블록체인 생태계의 원활한 혈액 순환을 위해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절실했다. 가상자산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선 돈이요, 혈액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액 공급 기능을 하게 될 ICO·IEO(주식시장의 IPO에 해당) 제도가 합법화될 경우 해당 기능을 부산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까지 고려한 구상이었다. 그런데 추진위는 이러한 가상자산은 당분간(?) 멀리 하고, 실물자산에 대한 소액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부산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이상 부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하나 없이 향후 제도화될 ICO·IEO 기능을 어떻게 부산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추진했던 부산시청 내 담당부서와 새롭게 디지털상품거래소를 추진하는 추진위 간 ‘불통’의 문제도 제기됐다. 업무 주체가 바뀌면서 사업의 최초 방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1월 추진위가 디지털상품거래소 구상안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의 취급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을 때, 부산시의 기존 담당부서에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가 하루만에 의견을 번복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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