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수십m 아래 안전성 취약한 공간
시, 사고 발생 사흘 뒤에 발표 충격적

지난 25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해운대 방향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도시철도 3호선 노선과 인접한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토사 붕괴가 일어난 사실이 사흘이나 지나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5일 0시 40분께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동래구 온천동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해운대 방향 건설 현장의 지하 60m 터널 천장에서 약 1분 동안 토사 750㎥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사고 4시간 전부터 흙이나 돌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등 붕괴 조짐을 보였고, 보강 공사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모두 철수하고 출입을 통제한 덕분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사고 사실을 즉시 부산시에 보고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뒤 최소 10시간 뒤인 25일 오전에야 보고했다고 한다. 게다가 공사 관리자인 부산시는 무려 사흘이나 지체한 뒤 사고 발생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이번 사고 현장이 부산도시철도 3호선 노선과 불과 30m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부산시의 늑장 통보 탓에 부산교통공사도 대처가 늦었다. 사고 발생 사흘 뒤인 지난 27일 오후 5시께부터 만덕역~미남역 전동차 운행을 시속 70km에서 25km로 줄여 운행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 100m 이내에는 아파트 단지가, 200m 이내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는 지하차도나 터널 공사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상황은 일반적이라면서,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원인이나 붕괴 규모에 대해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섣불리 공개하면 시민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전문가들이 확인해 본 결과 도시철도의 안정성에도 현재로서는 별문제가 없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안전이 확인되기 전 사흘 동안 도시철도가 사고 구간을 정상적으로 운행했다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안전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산시의 밀실행정 또한 질타받아야 마땅하다.

터널공법(TBM)으로 30~60m까지 땅을 파 지하에 도로나 지하철을 건설하는 대심도의 가장 큰 단점은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반이 연약하다면 땅 꺼짐은 물론이고 싱크홀 현상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점은 풍화가 상당히 심한 초입부에 해당하며, 이후 이어지는 수십여m 구간에서 지층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대심도 사업은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건설된 적이 없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정부도 최근 ‘대심도 지하 고속도로 추진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상부에 지하철이나 아파트, 학교 같은 시설이 있는 구간에 대해서는 더 특별하고 세심한 굴착이 필요하다. 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