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의 여행 너머] 팔도강산 발도장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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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코로나19 대유행은 일상의 소중함, 그중에서도 여행의 가치를 일깨웠다. 전국의 문화관광시설이 문을 닫은 와중에, 너도나도 산으로 바다로 떠났다. 막혀 버린 해외 여행길의 반대급부 측면이 있지만, 국내 여행에 관심이 쏠린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3년 만에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최근 운항을 재개한 부산~대마도 뱃길은 벌써 다음 달까지 예약(시범운항)이 가득 들어찼다. 여행업계의 정상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해외로 발길이 몰리는 만큼 국내 여행이 다시 뜸해지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지난 몇 달간 여행기자로서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국내에도 매력 넘치는 여행지가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지에서 만나는 여행객들의 반응에서 우리나라 팔도강산의 가치를 새삼 발견한다. “세상에 이런 곳이…” “너무 아름답다” 같은 감탄을 들으면, 취재 아이템을 떠나 ‘좋은 곳에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기 전에 와 봐서 다행이다”고 말하는 어르신도 만났다. 맞는 말이다. 한평생 내 나라, 이웃 고장의 매력을 모른 채 눈을 감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사실, 여행을 하기에 우리나라는 너무 넓다. 2023년 현재 전국의 기초자치단체(특별·광역지자체의 ‘시·군·구’)는 226개. 한 달에 한 지역만 둘러봐도 20년 가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지역마다 추천 명소를 빠짐없이 들르려면 당일치기로는 어림없으니, 구석구석 모든 곳에 발도장을 남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팔도강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욕심내지 말고 내 고장 주변부터 시작해 보자. 부산 시민이라면 부산 외곽, 경남·울산, 영·호남 등 점차 범위를 넓히면서 당일, 1박 2일, 2박 3일로 일정을 늘려 보길 권한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 막막하다면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관광 정보를 참고할 만하다. 문화·관광 분야를 따로 떼어 전문적으로 ‘문화재단’을 둔 지자체도 있다. 이들 홈페이지에 가면 각종 여행지 정보와 추천 코스, 지역축제 등 다양한 안내를 받아 볼 수 있다. 박물관·미술관 투어, 맛집 탐방, 체험 여행 등 주제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족 여행, 우정 여행, 나 홀로 여행 등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하다. 사계절까지 감안하면, 국내 여행의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들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두 아이와 함께 취재를 겸해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성인이 된 뒤 함께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10년 뒤 그곳, 20년 뒤 그대는 어떤 모습일까. 그날을 상상하니 여행의 매력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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