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거래소, '블록체인 활성화'서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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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당초 취지 망각하고 일방 진행
 전문가 소통으로 글로벌 시장 리드해야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블록체인 진흥주간'에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기업 6개, 블록체인 벤처컨벤션(B-스페이스) 입주 기업 11개 등 부산 기업 17개 사가 참여해 블록체인 시범, 확산 사업 및 기업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블록체인 진흥주간'에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기업 6개, 블록체인 벤처컨벤션(B-스페이스) 입주 기업 11개 등 부산 기업 17개 사가 참여해 블록체인 시범, 확산 사업 및 기업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추진하는 디지털거래소가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는 최근 ‘디지털상품거래소 구상안’ 관련 전체 회의를 처음으로 가졌지만, 구성원 간 의견 차이로 무한 논쟁만 벌이다 아무런 결론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추진위는 2년간 지지부진하던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안으로 디지털상품거래소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급조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성 부족과 금융당국의 비협조 탓도 있지만, 부산시가 일정에 쫓기면서 애초의 취지를 잃고 일방적으로 독주한다는 비판마저 자초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산시가 공공성을 가진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만들겠다는 목표만 정했지, 어떤 형태로 만들지, 어떤 상품을 거래할지에 대한 개념조차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는 “당초 추진하던 증권형 토큰(STO)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아니라,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만 취급하는 디지털상품거래소를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거래소 형태와 거래 상품 개념마저 일방적으로 바뀐 상황이다.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만 취급할 경우 거래 가능 상품이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시장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하반기 출범이라는 일정에 쫓기면서 보이는 일방적인 일 처리 방식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23년에는 반드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출범시키겠다”고 공표했다. 시기가 늦춰질수록 설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움직인다면 사상누각으로 흐를 수 있다. 기술 변화의 빠른 속도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피해 방지, 예탁결제기능 독립화, 상장심사(ICO·IEO) 기능의 법제화 등에 대응할 방안을 처음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 내부와 추진위 간에 불통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니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라 안타까울 지경이다.

당초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는 부산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특구 지정 3년간 거래소 설립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칫 서울과 인천 등에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일소하고, 부산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이 절실하다. 업계 전문가 및 금융당국, 지역 정치권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사업의 방향과 가능성도 면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부산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아시아 디지털금융허브 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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