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승리” 공방, 지방소외 가속하는 여당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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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 위기 처한 지방 살릴 대책 실종
 김기현 “TK신공항특별법 통과” 우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최대 표밭으로 불리는 수도권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결승선을 향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권 구도는 대체로 김기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결선투표 여부를 결정할 과반 확보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선두 김 후보가 과반을 차지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마무리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만약 결선투표가 치러진다면 나머지 후보들의 합종연횡으로 2위 후보의 막판 뒤집기가 연출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2년간 집권여당을 이끌어 갈 당대표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의 지금까지 수준은 솔직히 기대 이하다. 국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여당의 품격에 걸맞은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고, 서로 깎아내리기 공방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반면에 수입은 늘어 무역적자 행진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개 시·군·구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49.6%)이나 된다. 여당 당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가져올 후보는 저마다 자신이라면서 “수도권 승리” 공방만을 펼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도권과 MZ세대에게 호소력 있는 인물이 차기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부터 애당초 틀려먹었다. 이번 선거에서 선거인단 비중이 제일 높은 곳이 수도권(37.79%)인 만큼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볼 때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수도권 대표인지를 뽑는 ‘그들만의 잔치’로 읽힌다.

특히나 이달 초 국회에서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김기현 후보의 발언은 크게 실망스럽다. 김 후보가 “TK신공항특별법을 당대표 1호 과제로 챙기겠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TK 출신이고, 국방부 장관도 TK 출신”이라고 했다니 당대표 후보의 발언으로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다. TK신공항특별법이 ‘중추공항’과 ‘국비 지원’ 등의 표현 때문에 관련 부처의 반발이 거세고, 부산에서는 가덕신공항과 경쟁하는 구도에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얄팍한 표 계산으로 지방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선거 전략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 전대가 지금처럼 지방의 소외감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지역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대책이 지금이라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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