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 작품에 취해 빚은 ‘방정아 술’… “그림도 술맛도 예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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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아·샵메이커즈·꿀꺽하우스
‘욕망의 거친 물결’ 막걸리 출시
라벨에 그림 넣는 단순 협업 넘어
그림 색상서 착안해 유자 등 첨가
작품서 영감 받아 12도 술 제조
술 마시며 QR코드로 작품 감상

방정아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우리술 '욕망의 거친 물결'과 방 작가의 작품 '포옹' 그림이 담긴 유리잔. 샵메이커즈, 꿀꺽하우스 제공 방정아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우리술 '욕망의 거친 물결'과 방 작가의 작품 '포옹' 그림이 담긴 유리잔. 샵메이커즈, 꿀꺽하우스 제공


화가의 그림이 알코올 도수 12도의 술이 됐다. 부산 중견 작가 방정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방정아 술’이 나온다. 그것도 부산의 양조장에서.

예술작품과 상업의 ‘아트 콜라보’는 가끔 있는 일이다. 2021년 부산의 커피 브랜드 ‘모모스’는 고 김종식 화백의 그림으로 커피 패키지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샤토 무통 로칠드’는 피카소, 이우환 등 거장의 그림으로 라벨을 만든 ‘아트 와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 그 자체가 새로운 술로 구현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메이드 인 부산 ‘방정아 술’은 더마루 아트컴퍼니(이하 더마루)의 ‘방정아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방 작가는 9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방 작가는 신세계백화점 1층에서 아트 팝업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트 굿즈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고 싶어 하던 방 작가는 흔쾌히 동의했다. 방 작가와 더마루는 독립서점 겸 디자인 스튜디오인 샵메이커즈에 아트 굿즈 제작을 문의했다.



‘방정아 술’ 출시에 참여한 구영경 샵메이커즈 대표·방정아 작가·이준표 꿀꺽하우스 대표(왼쪽부터). 오금아 기자 ‘방정아 술’ 출시에 참여한 구영경 샵메이커즈 대표·방정아 작가·이준표 꿀꺽하우스 대표(왼쪽부터). 오금아 기자

구영경 샵메이커즈 대표는 “방 작가의 그림이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때마침 수영구로 이전한 샵메이커즈를 통해 방 작가와 더마루는 광안리 꿀꺽하우스를 찾아갔다. 양조장과 바를 함께 운영하는 꿀꺽하우스는 지역에서 난 쌀로 술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를 매개로 우리 술을 알리는 청년 기업이다. 이준표 꿀꺽하우스 대표는 라벨용 작품 이미지를 보여 주는 방 작가 측에 향수를 출시하는 것처럼 새 술을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젊은 작가와 라벨 작업 등을 한 경험이 있다. 아트 콜라보는 계속 두드려 보고 싶은 분야였다”며 “작가가 빚은 작품에 우리 술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술을 빚는 작업 방식도 처음이라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방정아 술’의 베이스로 선택한 것은 작품 ‘욕망의 거친 물결’이다. ‘욕망’이라는 키워드는 ‘12도’의 높은 도수로, 물결에서 느껴지는 혼탁함은 막걸리로 옮겼다. 그림 색에서 연상되는 유자와 스피아민트를 넣고, 파도처럼 거친 물결에 착안해 소금도 살짝 더했다.

이 대표는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들로 전체 맛의 흐름을 설계했다”며 “작가 측에서 우리 의견에 자율성을 줘서 아트 콜라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라벨에 방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QR코드도 넣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욕망의 거친 물결’ 원화. 더마루 아트컴퍼니 제공 ‘욕망의 거친 물결’ 원화. 더마루 아트컴퍼니 제공

녹색 와인병에 담긴 막걸리 ‘욕망의 거친 물결’은 우선 100병이 출시된다. 신세계백화점 아트 팝업에서는 전시만 하고, 술은 9일 이후 꿀꺽하우스의 광안리 바에서 맛볼 수 있다. 매장에서 ‘방정아 술’ 1호를 마실 때는 샵메이커즈가 방 작가의 또 다른 그림 ‘포옹’으로 만든 유리잔이 같이 제공된다. ‘욕망의 거친 물결’을 ‘포옹’에 담아 마시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응이 좋으면 ‘방정아 술’ 생산량을 더 늘리고, 다른 작품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부산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물을 때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며 “부산 작가 작품으로 만든 술을 작품이 그려진 잔에 마시면서 부산의 예술가를 아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샵메이커즈는 방 작가와 손잡고 ‘방정아 브랜드’로 다양한 아트 굿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방 작가는 “늘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표현해 왔는데,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지역·대중과 연결될 수 있어서 좋다”며 “미약하지만 이번 아트 콜라보가 자리를 잡아서 동료 작가와 상생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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