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도 잘나가는 명품 아동복 비결은 ‘이모’와 ‘당근’?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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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출 전년보다 71% 늘어
‘귀한 자식’에 친지들 지갑 열고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활성화 덕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한 아동복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한 아동복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최근의 저출산 흐름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아동복 시장은 불황 무풍지대다. 특히 명품 아동복 시장은 해마다 고속 성장 중이다.

이는 부모는 물론 조부모, 이모도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데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덕에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나중에 중고로 팔면 된다’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곳(부산본점, 광복점, 동래점, 센텀점)에 따르면, 2021년 명품 아동복 매출은 전년보다 약 20%, 지난해 매출은 약 1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지난달 1~26일 약 한 달간 명품 아동복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명품 아동복 브랜드는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 칠드런 등이다. 겨울철에 가장 대표적인 명품 패딩으로 꼽히는 몽클레어 앙팡 패딩의 경우 여아용 ‘아벨 아우터’는 150만 원대, 남아용 ‘마야 아우터’는 110만 원대다. 버버리 칠드런 트렌치코트는 110만 원대, 원피스는 40만 원대,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원피스는 40만 원대다. 점퍼나 재킷 등의 가격이 10만 원대로 형성된 국내 아동 브랜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저출산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0.78명은 OECD 회원국 평균 1.59명의 절반 수준이다. 부산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서울 0.59명에 이어 전국 지자체 중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중고거래앱 당근에 올라온 명품 패딩. 캡처 사진 중고거래앱 당근에 올라온 명품 패딩. 캡처 사진

이처럼 역대급 저출산이지만 ‘하나라도 귀하게 키우자’는 심리가 퍼지며 명품 아동복 소비는 늘고 있다.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은 물론 부모의 지인까지 아이를 위해서 지갑을 연다는 의미의 ‘텐 포켓’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과거보다 중고시장 거래가 활성화된 덕에 명품 아동복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시장에서 되팔 수 있어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부모들이 지갑을 쉽게 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을 통해 최근 해운대구에서 몽클레르 패딩이 25만~40만 원대에 잇따라 거래됐다. 또 버버리 칠드런 패딩을 30만 원에 판다는 글 등 명품 아동복 판매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명품·고가 아동복 판매 성장에 힘입어 국내 아동복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 원에서 2022년 1조 2016억 원으로 약 32% 성장했다. 국내 전체 패션 시장이 같은 기간 40조 3228억 원에서 45조 7789억 원으로 13% 증가한 것보다 배 이상 높은 성장율이다.

전문가들은 명품 아동복 매출 증가 원인으로 코로나 보복 소비와 함께 젊은 부부가 명품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김정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때 여행 제한으로 인한 의류나 명품 등의 보복 소비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며 “또 요즘 부부의 명품 소비는 기성세대보다 활발하다. 아이에게도 입히고 싶은 마음에 비싼 아동복을 쉽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보다 자녀가 많지 않아 아이를 고급스럽게 키우려는 열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아동복 중심이지만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등 아동용품도 고급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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