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대면 입학식인데… 마스크 벗기 낯선 아이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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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
아이들 웃음소리로 교정은 ‘봄’
마스크 벗어도 되지만 아직 어색
기념사진 찍을 때도 마스크 고집
마스크 벗고 원활한 소통 기대도

부산 기장군 철마초등학교 신입생들이 2일 2023학년도 입학식을 마친 뒤 선배들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기장군 철마초등학교 신입생들이 2일 2023학년도 입학식을 마친 뒤 선배들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우리 학교에 온 걸 축하해! 이제 엄마 보고 싶어도 울면 안 돼~.”

2일 전국 주요 학교에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새 학기 시작을 알리는 대면 입학식이 열렸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학교로 내딛는 첫 발걸음을 축하하는 가운데 아직은 마스크를 벗는 것을 어색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2일 오전 10시께 부산 금정구 공덕초등학교. 신입생과 재학생 총 55명은 이날 신입생 입학식을 맞아 강당에 모두 모였다. 꽃다발과 파일, 수저세트, 줄넘기, 물병, 네임택, 간식꾸러미가 든 선물을 품에 안은 아이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배들이 학년별로 준비한 영상 편지를 보던 아이들은 엄마가 생각나도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이니 울면 안 된다는 선배들의 농담에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재학생들의 축하 공연과 사진 촬영도 이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선 3학년 학생은 그동안 갈고닦은 피아노곡을 연주하며 신입생을 환영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은 황톳길과 텃밭을 돌며 새로운 학교를 느끼며 담임교사와 사진을 찍었다. 금세 친해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경미(53) 교감은 “조용했던 학교가 4년 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찬 모습을 보니 정말 봄이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입학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아이는 마스크를 쓴 채로 새 친구들을 맞이했다. 마스크를 벗었던 아이도 주변 친구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고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다시 착용했다. 1학년을 맡은 이 모(31) 담임교사는 “13명의 학급 아이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는 2명뿐이었다”며 “기념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가 벗지 않겠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서도 입학식과 이어진 교실 소개 시간에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은 적었다. 교실 책상에서 투명 가림막은 없어졌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낀 상태로 교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날 동래구 명륜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 송현정(43) 씨는 “입학식에 참석한 반 아이들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학교 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려면 여분을 준비물로 챙기라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아직 마스크를 벗고 친구, 교사를 만나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가 4년간 이어지며 마스크를 쓴 상태로 학교생활을 해 왔던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는 일은 낯설고 어색하다. 기장군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한민석(8) 군은 “다른 아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먼저 벗지 못하겠다”며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를 벗고 수업함으로써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덕초등학교 2학년 정덕순(53) 담임교사는 “반에 청각장애인 아이가 있어 마스크를 벗고 수업할 예정이다”며 “청각장애인 학생의 경우 교사 표정과 입 모양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마스크를 벗고 수업하니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3월 신학기부터 학교 급식실 칸막이를 없애고 전체 학생, 교직원이 등교 때마다 하던 자가 진단도 유증상자 대상으로만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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