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 여야 공방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과 파트너십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매국노 이완용의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맹공을 이어 갔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위기 탈출을 위해 방탄용 ‘죽창가’를 또 꺼내 드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 기념사를 두고 “일제 식민 지배에 전 국민이 항거한 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숭고한 항쟁 정신과 건국 이념을 부정하는 대통령 기념사였다”며 비판을 이어 갔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과거 이완용의 발언과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중 ‘우리는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다’는 부분을 비교하며 “모두 일제 강점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식민 사관”이라고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순국선열과 독립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부정하는 3·1절 기념사를 지금이라도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해 온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다른 날은 몰라도 3·1절에 적합한 기념사냐, 우경화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며 “사상 최악의 기념사”라고 혹평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죽창가와 ‘개딸’을 앞세워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죽창가와 개딸이라는 새로운 방탄복으로 사법 처리를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번 3·1절 기념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배경에 체포동의안 표결 위기 국면을 피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재명 의원이 독도에서 180km 떨어진 동해 공해에서 진행된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친일 국방이라고 발언했다가 망신 당한 게 엊그제”라며 “법 심판을 받으라는 지엄한 민심을 죽창가로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3·1절 기념사 논란에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과연 어느 쪽이 좀 더 국가 이익을 위해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세력인지 국민이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야당 측의 비판을 반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