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요금 올려 보지만… 구립 목욕탕 고사 위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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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3000→ 5000원 검토
중구 공공요금 급등에 내달 휴업
재개장 준비 사상구도 영향 전망
재정 지원 못 받아 물가 상승 취약

부산의 구립 목욕탕들이 공공요금 상승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구 대청행복목욕탕 전경.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의 구립 목욕탕들이 공공요금 상승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구 대청행복목욕탕 전경. 김준현 기자 joon@

공공요금 상승으로 목욕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부산 지역 구립 목욕탕들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주로 복지 사각지대에 세워진 구립 목욕탕들이 문을 닫으면 주민 입장에서는 그나마 싸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대중탕이 사라지는 셈이다.

2일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중구 대청행복목욕탕 위탁 운영자 A 씨는 다음 달 30일부터 목욕탕 영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계약 중도 포기 의사를 구청에 전달했다. 공과금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게 이유라고 중구청은 설명했다.


대청행복목욕탕은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 ‘원정 목욕’을 떠나는 대청동 주민을 위해 중구청이 35억 원(시비 10억 원·구비 25억 원)을 들여 2021년 설립했다. 하지만 저렴한 사용료 등으로 처음부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위탁운영자 선정 입찰은 8번이나 유찰됐다.

이후 간신히 A 씨와 계약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지만, 1년 만에 다시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만간 입찰 공고를 올려 새 위탁운영자를 찾을 예정”이라며 “다음 위탁 운영 때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대책도 다양하게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3개 구립 목욕탕 중 나머지 두 곳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금정구청은 ‘선두구동 목욕탕’ 요금 인상을 결정하고 인상 폭을 조율하고 있다. 이 목욕탕이 요금 인상을 결정한 건 개장 10년 만에 처음이다.

선두구동 목욕탕 운영자는 공과금 상승과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요금이 현행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정도 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목욕탕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연료비로만 약 800만 원이 사용됐는데, 이는 지난해 2월 500만 원보다 60%가량 많았다. 전기세도 크게 올라 1~2월 목욕탕 연료비와 전기세로만 약 2600만 원을 지출했다. 선두구동 목욕탕 운영자 B 씨는 “3년 전부터 손해가 커서 구청에 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얼마 전에는 요금이 인상될 때까지만 잠시 목욕탕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구청에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상구 ‘학마을목욕탕’에서는 지난해 9월 화재 뒤 내부수리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최근 공과금 인상 타격을 아직 체감하지 못하지만, 재개장 뒤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내부 수리 중인 탓에 공과금 인상이 지난해와 비교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립 목욕탕들은 설립 목적상 요금 인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별도의 지자체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관할 구청이 목욕탕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대청행복목욕탕은 구청 조례에 따라 운영자가 시설물 이용료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금정구청도 목욕탕 운영비를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구립 목욕탕 인근 주민은 목욕탕 계속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구립 목욕탕은 주위에 목욕탕이 없어 ‘원정 목욕’을 다니는 주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목욕탕 특성상 이웃과의 소통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봉선(85·중구) 씨는 “집에 욕조가 따로 없었는데, 몸을 담글 수 있는 목욕탕이 생겨 너무 좋다”며 “요즘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설사 요금을 올리더라도 목욕탕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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