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돋보기] 투자와 생존자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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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훈 DB금융투자 양산지점장

동상훈 DB금융투자 양산지점장. 동상훈 DB금융투자 양산지점장.

자산배분이나 투자상담을 하다 보면, 매우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거나 고집을 부리는 고객들이 많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자리 잡은 시대라 하지만 인간의 심리상 가시적인 결과나 경험, 기억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심지어 투자 리딩방이나 카페, 유튜브에서 얻은 정보로 무턱대고 투자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 말 그대로 ‘B급 전문가’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투자만큼은 한 발, 아니 한 치라도 물러서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넛지’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고,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드 교수의 ‘생존자편향’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범하는 오류이므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듯하다.

생존자 편향의 개념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전투기 성능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고, 전투에 투입되었다가 귀환한 전투기들을 대상으로 총탄의 흔적을 연구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투기의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탄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군은 이 부분을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통계학자가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몸통에 총격을 받은 전투기가 돌아오지 못하고 추락했을 것이므로, 데이터를 수집할 때 반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정 문제를 진단할 때 걸러진 일부의 데이터만으로 판단, 잘못된 결론을 얻게 되는 논리적인 실수를 ‘생존자편향’이라 한다.

투자에도 적용을 해보자. 첫 번째, 리먼브라더스 당시 풋옵션으로 대박을 낸 마이클 버리의 이야기다. 당시 마이클 버리 외에도 부동산 버블을 경고한 경제학자나 투자자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날짜를 맞추지 못했다. 당연히 마이클 버리만 생존하고 그의 투자법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버블이 터질 방향성에 확신을 가지고 과감히 옵션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우량주의 장기투자에도 편향성이 있다. 2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지금처럼 한국증시의 압도적 시가총액 1위가 아니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포스코, 한국전력, KT&G 등을 우량주로 장기투자 하였다. 그러나 이들 중 삼성전자 투자자들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마치 삼성전자만이 우량주요 장기투자의 종목이라고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넓힌다면 투자가치가 있는 우량주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시장 자체(지수 ETF)를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투자의 대가들을 무작정 추종하는 것도 편향일 수 있다. 개별종목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미래를 선도할 섹터를 분석하고, 그 섹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방식 말이다. 물론 이런 분야에 탁월하신 이들도 있다. 피터 린치나 워렌 버핏처럼. 그러나 그들의 이론을 완벽히 숙지했다고 해서 실상에서 완벽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격랑에서 살아남은 투자 대가들의 이론만을 붙들고 있지 않는가?

생존자 편향은 데이터나 레코드들이 있어서 현혹되기가 쉽고, 논리적이어서 피하기가 어렵다. 특히 어떤 분야든 초보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신중한 사람이라도 본인만의 데이터나 경험이 갖춰지기 전까진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가들의 책을 읽거나 유튜브나 SNS를 보는 걸 무턱대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어떤 주장이든 반드시 반대되는 타당한 의견도 같이 수집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쉬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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