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공허한 청년 현실, 고향 정착이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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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는 9년이었다. 대학 생활을 거치며 번듯한 직장도 잡았다. 그러던 중 마음의 병을 얻었다. 귀향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따랐다. 가족이 있는 보금자리지만, 청년의 자리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였다. 석 달의 시간이 흘렀다. 고향은 떠나보낸 적 없다는 듯 따스한 모습으로 20대 청년을 품었다. 영도의 바다는 여전히 찬란했고, 부전시장은 3000원에 가족 넷이 넉넉히 먹을 톳을 내어줬다. 청계천보다 온천천이 더 좋다는 말에 미소 짓는 부모님과 매일 산책을 나선다. 그래서일까. 주치의 권유로 매 저녁 밀어 넣던 항불안제 하나를 줄였다.

그럼에도, 정착할 것이냐는 그의 질문엔 아직 대답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오늘이 아쉽고 내일이 막막한 청년의 하루는 그 값이 제대로 매겨지는가. 엑스포 유치 열기로 소란한 도시의 목욕탕엔 또래가 없다. 누군가는 최저시급 임시직으로 가득한 구인 앱을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그에 지쳐 지역 설정을 바꾸고 있을 것이다. 생산직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MZ세대의 눈높이를 꼽는 지역지에서 부산시가 내세우는 첨단 산업단지의 채용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휴수당 지급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주가 근로 시간을 제한해 알바조차 여러 사업장을 전전해야 하는 청년의 현실에서, 온갖 ‘경제 유발효과’는 조 단위인들 공허할 뿐이다.

부산으로 돌아온 첫날, 지하철 시청역서 들리던 〈부산찬가〉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산뜻하고 젊어진 편곡에 어색함과 울컥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꿈 많은 사람들이 정답게 사는 곳.’ 시청역을 지나며 고향 찬가의 이 구절을 내 아이들과 나란히 부를 날이 올까.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에 고민은 오늘도 하나씩 는다.

김범석·부산 금정구 장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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