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대통령은 사천 약속했는데 ‘엇박자’ 내는 전문가 설문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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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입지 설문 논란

10명 중 7명 “대전·세종권 선호”
특별법 예고 상황서 ‘언론플레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 연내 개청’을 목표로 지난 2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특별법’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입지로 대전·세종권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5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하 국가우주정책센터(SPREC, 이하 센터)가 최근 발간한 ‘우주개발 확대에 따른 국가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센터가 산·학·연·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행정부처와 정부 연구기관이 모여있는 대전·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지역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다’ 16%, 대통령 공약사항인 사천 8.0%, 서울권 7.0%, 기타 2.0% 순으로 응답했다.


소속 기관별로 보면 연구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의 72.7%와 정책기관(부처·공공기관 등)의 72.4%가 세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산업계와 학계는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윤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입지 사천) 신설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17일까지 대국민 의견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설문 결과가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받은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확정하고,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올 상반기 중 국회 제출, 의결 절차를 거쳐 연내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설문 결과를 공개한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국가 우주정책을 총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 과기정통부가 2021년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 우주항공청의 사천 입지에 반발하는 세종 관과와 대전 대덕연구단지 등의 ‘계산된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가 경남 사천시로 입지를 못 박고 우주항공청 설치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세종 관가(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나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서는 “서울·세종에서 4~5시간 이상 걸리는데, 정주 여건이 열악한 사천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특별법에 우주항공청 부지를 명시하지 않은 게 세종 관가와 대전권에 밀집된 정책연구기관들에 반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우주항공청 사천 시대’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영입 등을 위한 각종 특례와 인센티브, 정주 여건 개선 등 후속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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