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다 꺼진 한국경제… 물가에 금리까지 ‘빨간불’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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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수출액 작년보다 7.5% 감소
고용시장 둔화 내수 부진 이어져
경제 상황 악화 재정에도 악영향
반도체 재고율 26년 만에 최고
경기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부산항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입 화물을 하역하는 장면.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입 화물을 하역하는 장면. 부산항만공사 제공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까지 주춤하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2개의 주력 엔진이 모두 꺼지는 상황이 연초부터 연출되고 있다.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발 금리 인상 압력이 다시 가중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도 물가 영향을 고려하면 호재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반도체 재고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력 수출 분야 부진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물가·금리 연초부터 ‘비상등’

5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상황이다. 2월 수출액은 501억 달러(66조 3825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541억 6000만 달러)보다 7.5%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2.5% 급감해 타격이 컸다. 특히 대중국 수출은 24.2%나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를 기록, 1년째 적자다.

문제는 내수까지 부진하다는 것이다. 소비를 대표하는 지표인 소매 판매는 1월에 2.1%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 보는 지표 특성상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감소율이 2%대에 달한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소비 감소의 주범 중 하나로 고용시장의 둔화를 꼽는 분석이 많다. 1월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41만 1000명 증가했으나, 그 증가 폭은 8개월째 둔화하고 있다. 수출 악화에서 타격을 입은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는 3만 5000명 줄어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 금리도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늘어났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기록한 이후 둔화하는 듯했으나 고물가 사태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공공요금과 통신요금, 주류, 식료품 등 국민의 체감도가 큰 물가의 동결을 유도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 요인을 잠시 눌러 놓는 것일 뿐이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국제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상화할 경우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확산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최근 발표된 1~2월 고용·물가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 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추가 금리 인상 압력 요인이다. 한은은 2월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된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찬물을 더 끼얹는 모양새가 된다.

경제 상황 악화는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1월 국세수입은 42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조 80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 감소다. 경기 악화와 부동산·주식시장 침체, 지난해 1월 세수가 많았던 역기저효과가 두루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 세수 ‘펑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반도체 경기 침체,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도 상당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1월 반도체 재고율 26년 만에 최고

반도체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재고율은 계절 조정 기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뒤 백분율로 산출한 값이다. 출하 대비 재고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여 준다. 1월 반도체 출하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 71.7(2020년 100)로 전월보다 25.8% 급락했다. 재고지수는 190.5로 같은 기간 28.0% 급등했다.

높은 재고율은 공급 과잉의 결과다.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을 줄이거나 반도체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수출 주력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과 경기에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까지 흔들리면서 올해 상반기 경기는 예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에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낮췄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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