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학생 노린 독가스 테러, 배후는 극단 이슬람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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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대도시 확산
당국은 사태 경위 못 밝혀 지탄

이란에서 여학생을 겨냥한 독가스 공격이 이어져 이란 사회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테헤란 남쪽에 있는 도시 콤에서 대거 발생한 공격은 다른 도시로 급속히 퍼졌다. 테헤란, 아르다빌, 이스파한, 아브하르, 아흐바즈, 마슈하드, 잔잔 등지의 학교 최소 52곳에서 피해사례 400여 건이 보고됐다. AP통신은 이란 30개주 가운데 21개주에서 독가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공격의 전형적 특색은 나쁜 냄새가 퍼진 뒤에 어지러워지면서 쓰러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숨 가쁨,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무기력증, 저혈압, 다리의 감각 둔화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를 근거로 이란 보건부는 피해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흡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여학생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격은 제지 없이 지속되는 것으로 관측되며 보건·교육 당국은 사태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말로만 우려를 달래려는 모습이다. 이란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가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자 사태 파악에 착수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부 장관은 공식 현장조사에서 수상한 표본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의 더딘 대응에 독가스 공격이 속수무책으로 터지자 학부모들은 공포와 분노를 노출하고 있다. 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교문에 경비를 강화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의 우려를 온전히 이해하고 심각하게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여학생 독가스 공격은 이란의 여성인권을 슬로건으로 내건 반정부시위와 맞물려 발생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7월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시위가 뒤따랐다. 시위는 이란 신정체제의 폭압적 통치에 저항하는 반체제 운동으로 확산했으나 현재 소강 상태다. 정치인 자밀레 카디바르는 배후로 반체제 단체나 극단적 보수 세력을 의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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