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징용 배상, 일 상응조치·피해자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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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내 기업의 간접 배상 방식 발표
“반쪽 해법”-“미래 지향” 조화 방안 과제

우리 정부가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줄 배상금을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지급한다는 최종 방침을 6일 밝혔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정종회 기자 jjh@ 우리 정부가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줄 배상금을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지급한다는 최종 방침을 6일 밝혔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정종회 기자 jjh@

우리 정부가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줄 배상금을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지급한다는 최종 방침을 6일 밝혔다. 배상금 재원은 일본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받은 국내 16개 기업이 낸 자발적 기부금으로, 이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 금액과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판결 이후 한·일 간 첨예한 갈등 요인이던 이 문제의 해법을 우리가 먼저 전향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반쪽 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현격한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이미 예상됐듯이 발표가 나자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는 물론 야당도 “외교적 완패, 굴욕”이라며 정부의 저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핵심은 피해자들이 요구한 가해자 전범 기업들의 배상도, 사과도 빠졌다는 점이다. 양국 경제단체들의 ‘미래청년기금’ 공동 조성도 있지만, 모두 제쳐 놓고 국내 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배상을 하는 것 자체가 본질이 완전히 전도됐다는 주장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 이를 부인하기가 어렵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단순히 금전적인 배상만을 바란 게 아니다. 책임 있는 사과가 없는 배상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을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대한 국내의 반발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과 사과를 줄곧 요구한 것이지, 국내 기업의 대위 변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예견된 반발에도 정부가 이처럼 간접 해법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 정세나 세계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더는 한·일 관계 회복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향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인접국인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한반도의 위험 관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를 위해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한·일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며 반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심 끝에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의 운명은 우리 정부와 함께 특히 일본 측의 태도에 달렸다. 정부의 해법 제시에도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또 다른 법적 해결책을 도모한다면 문제는 더 꼬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솔직하게 발표의 배경을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일본 측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현재로선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일본이 정녕 이번 발표를 의미 있게 여긴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진전된 성의 표시는 당연하다. 이는 관계 회복에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공은 이제 일본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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